[더구루=홍성환 기자] 퇴직연금 시장에서 증권사의 존재감이 커졌다. 지난해 퇴직연금 실물 이전 제도 시행으로 퇴직연금 시장 판도가 빠르게 재편되는 가운데 증권사들이 높은 수익률을 앞세워 고객 자금을 대거 유치하고 있다.
9일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 따르면 3분기 말 전체 퇴직연금 적립액은 459조4600억원으로 전분기 말 445조6300억원 대비 약 14조원 늘었다. 증권사 적립액은 119조730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7조원 넘게 증가하면서 전체 증가분의 절반을 차지했다. 은행은 5조4800억원, 보험사는 1조2400억원 각각 늘었다.
전체 퇴직연금 적립액에서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52%로 여전히 절반 이상을 차지했지만, 불과 2년 전 60% 이상을 점유하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쪼그라 들었다. 50%선이 붕괴될 가능성도 나온다. 이에 반해 증권사의 점유율은 빠르게 확대되며 상반기 사상 처음으로 25%를 넘어섰고, 3분기 말에는 26%를 기록했다.
신규 자금이 증권사로 유입되거나, 퇴직연금 실물 이전 제도 시행으로 기존 은행·보험 계좌에서 자금이 이동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10월부터 연금 계좌의 기존 상품을 해지하지 않고 다른 금융사로 그대로 이전할 수 있게 되면서, 중도 해지 수수료나 불리한 시점의 매도를 피할 수 있게 되며 자금 이동이 빨라졌다.
이같은 증권사의 약진 배경에는 수익률에 있다. 3분기 기준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의 평균 수익률(원리금비보장 기준)은 △증권사 15.96% △은행 14.54% △보험사 13.99%로 집계됐다. 개인형퇴직연금(IRP)도 △증권사 16.21% △은행 14.06%, △보험사 12.11%로 차이가 더 컸다.
증권사별로 보면 미래에셋증권이 34조9200억원으로 1위다. 전분기 대비 5조7300억원 증가하며 은행, 증권, 보험 등 전체 업권을 통틀어 가장 많은 자금을 유치했다. 삼성증권(18조8700억원)과 한국투자증권(18조6400억원), 현대차증권(18조1400억원)이 그 뒤를 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퇴직연금 수익률에 관심이 높은 투자자가 상장지수펀드(ETF) 등 거래가 편리한 증권사로 이동하는 추세"라며 "지난해 말 실물 이전 제도가 시행되자 자금 이동에 속도가 붙고 있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