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오소영 기자] 한화오션에 이어 HD현대중공업이 그리스 함정 입찰에 참전한다. 그리스 해군 인사들과 회동해 수출용 잠수함과 수상함을 설명하고 입찰 참여 의사를 전했다. '원팀'이 아닌 '독자' 노선을 택하며 국내에 이어 그리스에서도 한화와 맞붙게 됐다.
21일 그리스 해군과 디펜스 인더스트리 유럽 등 외신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은 지난 15일(현지시간) 그리스 해군 참모부(Hellenic Navy General Staff)와 회의를 가졌다. 잠수함과 수상함을 제안하고 군함 사업 협력을 논의했다.
특히 손원일급(KSS-Ⅱ) 잠수함 사업 경험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HD현대중공업은 9척 중 6척을 건조했으며 KSS-Ⅱ 성능개량 사업의 우선협상 대상자로도 선정됐다. 지난 2021년에는 3000톤(t)급 신체호함(장보고-III Batch-I)을 성공적으로 건조해 해군에 인도한 바 있다. 기존 사업에서 입증한 실적을 토대로 그리스 함정 사업 수주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리스는 지난 7월부터 국방 현대화 사업 '아킬레우스의 방패(Aspida tou Achillea)'를 추진하고 있다. 12년간 280억 유로(약 46조원)를 투자할 계획으로 예산의 약 10%는 해군에 할당된다. 그리스 해군은 신규 잠수함 4척을 조달해 1970년대 건조된 글라우코스(Glavkos)급과 포세이돈(Poseidon)급 함정을 대체할 계획이다. 2010년부터 운용 중인 파파니콜리스급(Papanikolis-class) 잠수함 4척의 성능 개량도 추진한다. 그리스는 함정 파트너사 선정의 주요 조건으로 '현지 조선소 건조·최소 25% 이상 그리스 방산업체의 참여 보장'을 내걸었다.
글로벌 방산 기업들의 관심은 상당하다. 스웨덴 사브는 지난 13일 그리스 해군과의 미팅에서 A26 잠수함에 대한 브리핑을 가졌다. 독일 TKMS는 209형 잠수함(Type 209NG), 프랑스 나발그룹은 스코르펜 이볼브드 잠수함을 제안했다.
한화 대표단도 지난 1일 그리스 해군 참모부와 만나 잠수함 사업을 논의했다. 장보고-Ⅲ(KSS-III) 배치-II 4척 인도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져 HD현대중공업과 경쟁 구도가 전망된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한국형 차세대 구축함 사업(KDDX)을 두고 다퉈왔다. KDDX는 2030년까지 6000t급 차세대 구축함 6척을 국내 기술로 건조하는 7조8000억원 규모의 사업이다. 당초 2023년 12월 기본설계 완료 후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가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법적 분쟁으로 지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