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반신고제’ 반발 확산…"비만 오면 통제, 산에 오지 말라는 것"

기상 예보만으로 일방적 ‘묻지마 폐쇄’ 반복
지역 상권 직격탄, 무리한 관료주의 행정 지적
‘통제 만능주의’에 맞서 ‘대자연 시민권’ 선언

[더구루=오승연 기자] 국립공원공단의 ‘등반신고제’ 확대 시행을 두고 산악계가 정면으로 반발하고 나섰다. 과도한 규제와 권위적 행정으로 인해 100년 산악문화가 뿌리째 흔들린다는 성토가 이어지면서, 지난 13일 서울 우이동에서는 국내 주요 산악단체가 대규모 집회를 열고 제도의 즉각 철회를 요구했다.


집회에는 한국산악회, 대한산악연맹, 한국대학산악연맹, 서울시산악연맹 등 4대 단체와 지역 상인회가 동참했다. 이들은 “등반신고제는 사실상 허가제이며, 알피니즘 정신을 훼손하는 관료주의”라고 비판하며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문제의 제도는 이미 설악산, 월출산 등 7개 산악국립공원에서 시행돼 왔다. 온라인 예약 의무, 잦은 입산 통제, 과도한 페널티는 산악계의 불신을 키워왔다. 특히 중장년층에게는 어플리케이션만을 통한 예약 시스템이 큰 장벽으로 작용하며, 국립공원을 국민과 멀어지게 하는 주된 원인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여기에 더해 북한산국립공원으로 추진이 확대되자 반발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피해는 등산객에 그치지 않는다. 지역 상권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우이동·도봉동 상인들은 “예보만 믿고 내려지는 일방적 통제로 비가 오지 않는 날에도 탐방로를 폐쇄한다”며 “특히 봄, 가을 반복되는 주말 비로 주말 손님이 끊겨 생계가 위태롭다”고 호소했다. 실제로 사전 통보 없이 탐방이 차단돼 발길을 돌리는 등산객이 늘면서, 상권에는 잦은 마비현상이 찾아오고 있다.


이에 한국산악회를 중심으로 꾸려진 ‘등산허가제 대책협의회’는 매주 1인 시위와 함께 10만 명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서명 참여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산악계 전체가 규제 철폐 행동에 나선 상황이다.


특히 북한산 인수봉과 도봉산 선인봉은 아시아 정상급 등반지로, 요세미티에 견줄 만한 세계적 상징성을 지닌다. 한국 산악인들이 길러져 온 ‘모암(母巖)’이자 등반문화의 산실이지만, 공단의 규제로 이 전통마저 위기에 놓였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에는 ‘안전 산행’을 이유로 백운대 정상부에 계단 공사가 강행돼 특유의 암릉미가 훼손됐고, 백운산장 철거·개보수 과정에서는 탐방객들의 권리마저 침해됐다. 불필요한 예산소진성 공사가 반복되면서 철제 자재와 포크레인, 공사장비들이 탐방로에 어지럽혀져 있는 등 피로감을 유발하고 자연성을 깨뜨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단이 나서 산악문화를 존중하기보다는 행정 편의만 앞세운 결과다.


해외와의 비교도 나온다. 일본과 유럽은 위험을 개인의 책임으로 보고 자율성을 존중하는 문화가 자리 잡았다. 공공기관은 국민의 권리를 보장하며, 자연을 국민의 자산으로 관리한다. 이른바 대자연의 주인은 국민이라는 ‘대자연 시민권’ 개념이다. 반면 우리 국립공원공단은 여전히 ‘관리 만능주의’에 갇혀 있다는 것이 산악계의 인식이다.

 

변기태 대책협의회장(한국산악회 회장)은 “공단은 수십 년간 관료적 발상으로 산악계를 짓눌러왔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알피니즘 정신을 존중하고, 국민의 권리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밝히며 “대자연의 주인은 국민”이라는 의미의 ‘대자연 시민권’을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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