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정예린 기자] 미국 나트륨(소듐)이온배터리 선두 기업 '나트론 에너지(이하 나트론)'가 재정난으로 인해 사실상 파산 위기에 놓였다. 최근 관련 기업들이 잇따라 경영 압박을 받고 있는 가운데 국내 배터리 3사 포함 글로벌 주요 배터리 제조사들의 나트륨이온배터리 전략 변화에 이목이 쏠린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나트론은 최근 미시간 홀랜드 공장과 캘리포니아 산타클라라 본사를 영구 폐쇄하고 약 95명의 직원을 해고했다. 노스캐롤라이나 록키마운트 지역에 계획했던 14억 달러 규모 신공장 건설 프로젝트도 공식적으로 중단했다.
존 슈미트 나트론 최고영업책임자(COO)는 임직원에 보낸 이메일에서 "저희나 나트론의 그 누구도 이 상황이 이렇게 끝나기를 바라지 않았다"며 "최대 주주인 셔우드 파트너스가 회사 자산을 매각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나트론은 2012년 설립된 나트륨이온배터리 전문 기업으로, 미국에서 유일하게 프러시안 블루(Prussian blue) 전극 기술을 활용한 양산 경험을 가진 기업이었다. 기존 리튬이온보다 높은 전력 밀도와 빠른 충전 속도, 장기 사이클 수명을 구현하며 데이터센터와 산업용 모빌리티 등 다양한 시장에서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ARPA-E와 미 에너지부, 셰브론 등으로부터 투자와 지원도 받았다. 그러나 최근 투자 유치와 신규 수주 확보에 실패하며 자금난에 봉착했고, 결국 사업을 접게 됐다.
미국 나트륨 배터리 산업은 최근 리튬 가격 하락과 기술 발전으로 나트륨이온배터리의 비용 경쟁력이 약화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 스타트업 '베드락 머티리얼즈’도 지난 4월 기술 개발을 포기하고 사업을 중단했다. 당시 회사 측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뛰어넘는 제품을 개발하지 못해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점이 사업 중단의 주요 원인이라고 밝혔다. <본보 2025년 4월 11일 참고 美 베드락, 나트륨 배터리 개발 포기...지속가능성 의문 제기>
나트륨이온배터리는 리튬이온배터리와 달리 나트륨 함량을 높여 니켈, 리튬, 코발트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나트륨은 매장량이 풍부해 채굴이 쉬워 상대적으로 비용이 저렴하고 가용성 및 안정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저온에서 성능이 약화되는 LFP 배터리와 달리 나트륨이온배터리는 고온·저온에서 모두 뛰어난 성능을 구현한다.
중국 기업들이 사실상 글로벌 나트륨이온배터리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중커하이나를 비롯해 △CATL △나트륨에너지 △론바이 테크놀로지 등이 나트륨이온배터리를 출시했거나 상용화를 준비 중이다. 전기차를 시작으로 나트륨이온배터리 도입도 확대하고 있다.
중커하이나는 지난 2023년 세계 최초로 나트륨이온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 시제품을 선보였다. 체리자동차는 CATL의 나트륨이온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를 내놨다. CATL은 지난 5월 5분 충전에 520km를 주행할 수 있는 2세대 소듐이온 배터리 '낙스트라'를 연내 양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내에서는 배터리 제조사 3사뿐만 아니라 소재 기업들도 나트륨이온배터리 기술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에코프로비엠은 산업부 지원 과제인 '나트륨이온배터리 양극소재 개발 사업'의 주관사로 선정돼 향후 4년간 기술 개발을 진행한다. 현재 충북 오창 사업장에 나트륨이온배터리 양극재 전용 파일럿 생산 라인을 구축하고 성능 개선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