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정등용 기자] '베트남 삼성'으로 불리는 빈그룹이 호치민·껀저 고속철 사업의 연내 착공을 추진한다. 약 100조원에 이르는 베트남 남북 고속철 사업을 수주하기 위한 사전 행보로 풀이된다. 이 사업 수주를 노렸던 우리나라에게 '위기 이자 기회'라는 해석이 나온다.
28일 빈그룹에 따르면, 그룹 자회사 빈스피드(VinSpeed)의 응웬 안 뚜언 CEO가 지난 22일 호치민시에서 열린 콘퍼런스에서 “올해 안에 호치민·껀저 고속철 사업의 착공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업은 호치민과 동남부 껀저 지역을 잇는 길이 48.5km 도시철도로, 고속철 속도와 같은 시속 350km/h로 계획돼 있다. 착공 시점은 4분기인데 "2028년 초까지 완공하겠다"고 밝혔다. 베트남 첫 고속철도인데 약 2년 만에 공사를 끝내겠다는 계획이다. 사업비는 76조 동(약 4조원) 규모다.
뚜언 CEO는 “사업 추진 전 외국의 여러 사례를 연구하고 노선상 부지의 지질과 지형 조사를 수행했다”며 “베트남 도시철도 개발 역사상 최단 기간으로 촉박한 일정이지만 충분히 공사 기간을 지킬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한다”고 말했다.
이번 사업을 발판으로 빈그룹은 100조원 대 규모의 베트남 고속철 사업 수주에도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은 수도인 북부 하노이와 남부 호치민을 잇는, 고속철 사업을 준비 중이다. 한국은 물론 중국과 프랑스까지 나선 가운데 빈그룹은 지난 5월 갑자기 빈스피드란 회사를 만들어 시공사 등록을 마쳤다. <본보 2025년 5월 20일 참고 100조 베트남 고속철도에 '빈그룹'도 도전장…한·중·프·베 4파전>
빈스피드는 빈 그룹 회장 일가의 '가족회사'다. 팜 녓 브엉 회장이 51% 지분을 갖고 있으며, 장차남이 나머지 지분 49%를 갖고 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한국을 찾은 또 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과 정상회담을 열고 원전과 고속철도 등 인프라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하지만 빈그룹이 독자적으로 고속철도 건설에 나서면서 다른 나라 기술과 자본 등 도움을 받지 않을 수도 있다.
다만 빈그룹이 합작 투자 형식으로 수주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고속철 경험이 없는데다가 한국과 중국, 프랑스 등이 투자와 기술 제휴 등에 적극적이기 때문이다. 베트남과 빈그룹 입장에서는 가장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는 파트너만 고르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