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김은비 기자] 기아가 유럽 전기차 시장의 최대 격전지 독일에 EV5를 투입한다. 테슬라가 빠진 틈을 타 신규 모델을 투입해 폭스바겐·BMW 양강 구도에 균열을 낸다는 방침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는 중형 전기 SUV ‘EV5’를 내년 독일 시장에 출시한다. 기아는 오는 9월 독일 뮌헨에서 열리는 'IAA 모빌리티쇼 2025'에서 EV5를 첫 선보일 예정이다.
EV5는 기아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기반으로, 400볼트 시스템과 최대 88.1kWh 용량의 LFP 배터리를 탑재했다. 30~80% 충전을 약 18분 만에 완료할 수 있다. 전장은 4.62m로 넉넉한 실내 공간을 제공하며, 160kW 전륜구동·230kW 사륜구동·70kW 후륜 모터를 추가한 고성능 GT 버전까지 다양한 파워트레인 구성이 예정돼 있다.
가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폭스바겐 ID.4 등과 유사한 약 3만5000유로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기아는 EV5 출시를 토대로 전통 강자인 폭스바겐·BMW 양강 구도에 균열을 낸다는 방침이다. 현대차·기아는 최근 3개월 (2~4월) 독일 전기차 시장에서 총 9923대를 판매, 전체 브랜드 중 3위에 올랐다. 점유율은 8.1%로, 앞선 3개월 점유율 6.1% 보다 2%포인트 올랐다. 같은 기간 폭스바겐은 5만8060대, BMW는 1만4298대를 판매했다.
특히 테슬라의 부재가 기아에게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는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 외부 행보로 소비자 민심을 잃으며 점유율이 하락하는 추세다. 지난달 독일에서 테슬라 전기차 판매량은 885대로, 전년 동월 대비 45.9% 하락했다. 머스크 CEO는 미국 정부효율부(DOGE)를 맡아 연방 기관의 예산 규모를 대폭 축소하고 대대적인 해고를 진두지휘, 독일 극우 성향의 독일대안당(AfD)을 공식 지지하는 등 정치적으로도 논란을 빚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아 EV5는 EV6보다 저렴하고, 폭스바겐 ID.4보다 실내 공간이 넓어 중간 가격대 전기 SUV 시장의 핵심 모델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며 “BMW나 메르세데스 벤츠는 고급 전기차 시장에 집중하고 있어 기아가 독일 중소도시 소비자들에게 특히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