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정예린 기자] SK AX가 일본 미쓰비시전기, NTT 커뮤니케이션즈와 손잡고 글로벌 공급망 탄소 배출량을 자동 계산·시각화하는 시스템 구축에 나선다. 상용화될 경우 생산부터 물류까지 탄소 흐름을 투명하게 추적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 기업들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대응력을 강화하는 데 일조할 것으로 기대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미쓰비시전기는 SK AX, NTT 커뮤니케이션즈와 함께 독일의 공급망 데이터 플랫폼 '카테나엑스(Catena-X)' 기반 탄소배출량(Product Carbon Footprint, PCF) 자동 산출 시스템 개발을 위한 실증 사업에 착수한다. 오는 6월부터 10월 말까지 시범 테스트를 진행한 뒤, 시스템의 기술적 완성도와 상용 가능성을 평가하고 향후 글로벌 제조업 전반으로 확산하는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3사는 ESG 경영의 핵심 지표인 탄소 데이터의 정밀한 추적과 공유를 목표로, 자동차용 배터리 공급망을 가상 시나리오로 구성해 실증 테스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카테나엑스를 통해 배터리 제조사에서 생성된 탄소 데이터를 자동차 완성차업체까지 안전하게 연결, 차량 한 대당 탄소발자국을 계산하는 체계를 완성한다는 목표다.
카테나엑스는 자동차 산업 공급망 전반의 데이터 상호운용성과 투명성 확보를 위해 독일 완성차 업계 주도로 출범한 개방형 플랫폼이다. 탄소 배출량, 자원 사용량, 제품 이력 등의 실시간 공유를 가능케 한다.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한 시스템 개발을 넘어 글로벌 제조업 전반에 '탈탄소 협력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하는 실험장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3사는 각자의 강점을 바탕으로 역할을 나눠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미쓰비시전기는 배터리 적층(Stacking) 공정 등 공장 내부의 에너지 및 생산 데이터를 수집하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이를 시뮬레이션 환경에서 구현하는 역할을 맡는다. 현장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디지털화해 활용 가능한 형태로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NTT 커뮤니케이션즈는 카테나엑스 표준에 부합하는 기업 간 통신 인프라를 구축, 데이터 주권을 침해하지 않으면서도 기업 간 안전하고 효율적인 데이터 공유가 가능하도록 지원한다. 특히 보안성과 상호운용성을 보장하는 연결 구조를 설계하는 데 집중한다.
SK AX는 수집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제품별 탄소배출량을 자동으로 계산하고 시각화하는 소프트웨어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전기차 배터리 한 개가 제조되는 데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을 정확하게 도출하고, 이러한 정보를 전체 공급망 수준으로 확장해 분석할 수 있도록 한다.
3사가 협력에 나선 것은 ESG 시대를 맞아 공급망 전반의 탄소배출량을 정확히 측정하고 관리하는 일이 제조업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이 내년부터 제품 단위의 정밀한 탄소 데이터를 수출 기업에 요구하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시행할 예정인 만큼, 배출량 측정은 기업 경쟁력을 넘어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급망의 탄소배출을 관리하려면 정확한 측정이 선행돼야 하며, 현장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연결·분석하는 시스템은 지속가능한 제조를 위한 필수 인프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김민혁 SK AX 제조/Global사업 부문장은 "이번 프로젝트는 일본과 한국 기업들이 ESG 역량을 강화하고 지속가능성 목표를 달성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디지털 ESG 파트너로서 일본 기업들의 탈탄소화 여정을 적극 지원하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협력을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SK AX는 지난 13일 사명을 SK C&C에서 변경하며, 인공지능(AI)와 디지털 전환(DT)를 중심으로 한 사업 구조 전환을 공식 선언했다. 업무 방식과 조직, 시스템 전반을 AI 중심으로 재설계해 인간과 AI가 협업하는 '휴먼 위드 AI, AI 위드 휴먼' 환경을 구축, 오는 2027년까지 전사 생산성을 30% 이상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SK AX와 미쓰비시전기, NTT 커뮤니케이션즈 간 프로젝트는 사명 변경 이후 첫 공식 협업 사례로, 디지털 기술을 통해 ESG 과제에 기여하겠다는 새로운 브랜드 비전을 구체화한 첫 걸음으로 평가된다. SK AX는 향후 10년 안에 글로벌 톱10 AI 전환(AX)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도 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