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정예린 기자] SK하이닉스가 미국 인디애나 반도체 공장 설립을 위한 지역 당국의 첫 관문을 넘으며 본격적인 사업 착수에 나선다. 장시간에 걸친 공청회와 지역 여론 설득 끝에 구역 변경안을 통과시킨 SK하이닉스는 5조원 이상을 투입하는 첨단 패키징 기지 조성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티퍼카누카운티 웨스트라피엣시 시의회는 7일(현지시간) SK하이닉스 공장 부지 용도 변경안을 6대 3으로 가결했다. 이날 회의는 전날 오후 시작돼 약 7시간 동안 이어진 치열한 공방 끝에 SK하이닉스가 승인을 받아냈다.
SK하이닉스는 주요 법적 절차인 구역 변경 승인으로 첨단 패키징 시설 건설을 위한 본격적인 인허가·설계 절차에 착수할 수 있게 됐다. 모든 절차가 원활하게 진행될 경우 수개월 내 착공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회의에서는 찬반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찬성측은 프로젝트가 가져올 일자리 창출과 경제적 파급효과를 강조하며 지지를 보냈고, 반대측은 지역 주민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했다. 특히 반도체 제조에 사용되는 PFAS(영구 화학물질)의 처리 문제가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SK하이닉스는 PFAS를 비롯한 유해 폐기물을 철저히 분리·처리하겠다고 약속했다.
에린 이스터 웨스트라피엣시 시장도 회의에 참석해 SK하이닉스에 힘을 실어줬다. 이스터 시장은 "이번 결정은 SK하이닉스를 지역 커뮤니티로 환영하는 첫걸음"이라며 "SK하이닉스는 약속한 것을 분명히 이행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는 승인 직후 지역 사회와의 협력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김능구 SK하이닉스 CEO직속 담당임원(부사장)은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한 사업 개발을 넘어 지역 사회와의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의미한다"며 "SK하이닉스는 고품질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역 및 주 경제를 지원하며, 국제적으로 유명한 첨단 기술 허브의 성장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그는 "우리는 지역 주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더 나은 시설을 구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지 용도 변경안 승인은 SK하이닉스가 지역 사회와의 소통과 협력을 통해 이룬 성과로, 회사의 지속적인 노력과 '드림팀'의 역할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투표를 앞두고 주민 대상 공청회를 개최해 프로젝트의 중요성을 알리고 환경 규정 준수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본보 2025년 4월 14일 참고 '드림팀' 꾸린 SK하이닉스, 美 인디애나서 첫 공청회…환경 규정 준수 '약속'>
SK하이닉스는 퍼듀리서치파운데이션(PRF)가 소유한 퍼듀대학교 인근 부지에 첨단 반도체 패키징 시설을 건설할 계획을 세웠다. 이전할 부지의 일부가 주거용으로 지정돼 있어 공장을 짓기 위해서는 산업용으로 용도를 재지정해야 했다. PRF가 부지 용도 재지정을 위해 청원서를 제출했지만, 티퍼카누카운티 지역계획위원회(APC)는 주민들의 우려를 이유로 부결을 권고했다. SK하이닉스는 반대 의견을 해소하기 위해 주민들과의 소통을 강화, 그 결실로 부지 용도 변경 승인을 이끌어냈다.
인디애나 공장은 SK하이닉스의 첫 번째 미국 생산기지다. SK하이닉스는 작년 38억7000만 달러(약 5조4000억원)을 쏟아 웨스트라피엣에 인공지능(AI) 메모리용 어드밴스드 패키징 생산 기지를 건설한다고 발표했다. 최대 4억5800만 달러의 직접 보조금도 확보했다. 오는 2028년 하반기부터 AI 칩 핵심 부품인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등을 양산할 예정이다. 퍼듀대학교 등 현지 연구기관과 반도체 연구개발에도 협력키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