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진유진 기자]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시장의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 업비트와 빗썸은 지난해 대규모 흑자를 기록하며 성장세를 이어갔으나, 나머지 거래소는 여전히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일부 중소 거래소는 자본잠식 상태에 빠지며 생존 자체가 위협받는 상황이다.
2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는 지난해 영업이익 1조1863억원, 영업수익 1조7316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전년 대비 85.1%, 70.5% 증가한 수치다. 두나무는 "비트코인 반감기 도래, 글로벌 투자 심리 개선, 미국 금리 인하 기대감 등이 실적 호조를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빗썸도 영업이익 1308억원, 영업수익 4964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각각 흑자 전환, 265.4% 성장을 달성했다. 빗썸은 "지난해 시장 회복과 서비스 개선 노력이 맞물린 결과"라고 말했다.
반면 코인원, 코빗, 고팍스 등 3~5위권 거래소들은 여전히 적자다. 코인원은 지난해 영업수익이 442억원으로 전년 대비 96.6% 늘었지만, 영업손실은 61억원에 달했다. 코빗은 영업수익 87억원, 영업손실 168억원으로 적자 폭을 줄이는 데 그쳤다. 고팍스 운영사 스트리미는 영업수익 80억원, 영업손실 30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중소형 거래소들은 경영난이 심각하다. 고팍스는 지난해 당기순손실 1300억원을 기록하며 자본총계가 -2316억원으로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비블록, 프라뱅, 플라이빗, 인엑스 등도 자본잠식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코어닥스, 빗크몬, 포블 등도 최근 수년간 매년 적자를 내면서 재무 상황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재작년말 기준 포블은 자본총계 -16억원, 빗크몬 -17억원, 코어닥스 -57억원으로 모두 자본잠식 상태다.
업계에서는 가상자산 거래소 특성상 '이용자 쏠림' 구조로 인해 양극화를 해소하기 어렵다고 진단한다. 업계 관계자는 "가상자산 거래소는 서비스 제공자와 소비자가 선순환하는 IT 플랫폼에 가까운 구조"라며 "이용자 수가 늘었을 때 유동성이 증가하는데, 이용자들은 유동성을 보고 거래소를 결정하다 보니 순위 변동이 일어나기 힘들다"고 분석했다.
다만 일부에서는 시장 판도가 바뀔 가능성도 제기된다. 금융당국이 법인 투자자의 가상자산 계좌 발급을 단계적으로 허용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개인 투자자가 적은 거래소가 법인 고객을 유치할 수 있다면, 중소형 거래소도 성장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