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제약·바이오의 그늘…라이선싱 아웃에 '약맥경화'

후기 개발 비용 부담에…경험 부족해 역성장 우려
해외 자회사 현지 임상·CDMO 등 자금 조달해야

[더구루=한아름 기자] 라이선싱 아웃(기술수출)이 국내 제약 업계의 중장기적인 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임상 3상을 포함한 후기 개발은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기 때문에 국내 제약사 대부분이 라이선싱 아웃을 선호하고 있는 분위기다. 다만 경험 부족으로 산업이 위축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않다. 라이선싱 아웃은 신약 개발 초기 단계의 물질을 글로벌 제약사에게 일정 금액을 받고, 후기 개발과 상업화 권리 일부를 넘기는 비즈니스 전략이다.

 

제약산업 정보서비스기업 사이트라인(Citeline)은 3일 국내 제약 업계가 라이선싱 아웃에 과도하게 의존하면 안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는 국가신약개발사업단 주최 '국가신약개발산업 제약·바이오 글로벌 진출 심포지엄'에서 발표됐다.

티모시 팽(Timothy Pang) 사이트라인 부사장은 "국내 제약사가 라이선싱 아웃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은 중독과 같다"며 "신약 연구 초기 단계에서 글로벌 제약사에 라이선싱 아웃하는 기존 사업을 그대로 답습해서는 안 된다"고 건의했다. 국내 제약사가 중장기적으로 내부 역량을 성장시키는 데 걸림돌이 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국내 제약사가 신약 개발 후기 단계에 진입하기 꺼리는 이유는 신약 개발이 고도화될수록 비용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신약이 허가받으려면 △비임상시험(동물실험) △임상1상 △임상2상 △임상3상을 거쳐야 한다. 임상3상은 임상1·2상에 비해 연구에 필요한 시간과 대상자가 많아 비용이 크게 증가한다.

 

미국 바이오협회는 임상3상 비용은 평균 1000억원 이상이 소요된다고 분석한다. 임상2상의 10배에 달하는 규모다. 실제로 스위스 대형 제약사 노바티스는 만성 심부전 치료제 '엔트레스토'(성분명 사쿠비트릴·발사르탄) 임상3상에만 3억4700만달러(약 4584억원)을 썼다. 

 

국내 제약사가 글로벌 임상에 나서지 못하는 배경으로 꼽힌다. 해외 판매를 위해서는 글로벌 임상을 추가로 진행해야 하지만 수천억원을 감당하지 못할뿐더러 자칫 신약 실패로 끝날 경우 타격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한 해에 1조원 이상의 매출을 내는 제약·바이오 기업이 손에 꼽히는 만큼, 연구 1건으로 경영난에 허덕일 수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기존에 자리잡힌 패배주의가 국내 제약 업계의 성장을 방해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수십년간 복제약 개발 사업에만 치중해 오면서 '신약 개발은 어렵다' '일단 복제약이나 건강기능식품 등 돈 되는 사업에만 집중하자'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는 게 일각의 평가다. 경험이 많은 글로벌 제약사에 라이선싱 아웃하는 게 자체 연구보다 상업화 성공률이 더 높다는 데 힘이 실리는 이유다.

 

팽 부사장은 설사 신약 연구 과정에서 아쉬운 결과를 받더라도 실패 경험이 쌓여 노하우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후기 개발 단계까지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금력이 풍부한 국내 대형 제약사는 해외 자회사에 신약 후보물질을 이전해 글로벌 임상을 진행해야 한다"며 "중견 제약사는 위탁개발생산(CDMO) 등 역량을 개발해 자체적으로 연구 자금을 조달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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