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길소연 기자] 파나마 운하가 하루 예약 가능 선박 대수를 14대까지 낮춘다. 가뭄으로 수위가 내려가자 운하 통과 선박수를 제한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파나마 운하청(ACP)은 지난 8일(현지시간)부터 오는 21일까지 운하 이용 예약과 관련해 '컨디션 3(condition 3)' 정책을 적용한다. 컨디션 3이 적용되면 일일 예약 가능 선박 수가 최대 14대로 제한된다. 그중 10대는 초대형(super-sized), 나머지 4대는 일반형(regular-sized) 선박에 배정된다. 선박 예약 수를 제한해 예약 없이 대기하는 선박을 위해 더 많은 공간을 확보한다.
ACP는 통상 최대 23대 까지 선박 예약이 가능하도록 허용했다. 그러나 가뭄으로 수위가 내려가자 예약 가능 선박 수를 16대로 제한하는 '컨디션 2(condition 2on)'를 발령했다가 운하 수위 상태가 개선되지 않자 다시금 예약 제한을 강화했다.
ACP는 극심한 가뭄으로 운하 수위 관리에 어려움을 겪자 몇 차례에 걸쳐 운하를 통과하는 선박의 흘수(draught) 제한을 강화한 바 있다. 평상시 14m를 넘던 흘수 제한은 현재 13.41m까지 줄어들었다.
ACP는 "기후 상황이 특별히 개선되지 않는 이상 흘수 제한은 2024년까지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파나마 운하는 세계에서 가장 선박 이동이 활발한 운하 중 하나로, 전 세계 물류의 핵심 인프라이다. 중국과 다른 아시아 국가, 미국을 오가는 대형 소매업체와 에너지 회사들이 선호한다.
흘수 높이와 하루 이용 가능 대수 그리고 예약 가능 대수 등 여러 제한이 계속 강화되자 운하를 이용하기 위해 대기하는 선박의 행렬도 길어졌다.
덴마크의 해운 데이터 기업 eeSe에 따르면 현재 운하 혼잡도는 81%에 달한다. 파나마 운하 제한으로 대기시간은 2~3시간에서 최대 5일로 크게 늘어났으며, 표준 통과 시간을 몇 시간 이상 초과하는 선박도 자주 볼 수 있다.
선박의 파나마 운하 통과 장기 지연으로 일부 선사들 아시아로 돌아오는 구간에서 파나마 운하를 생략하고 있다. 파나마 운하를 건너뛰고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거나 희망봉을 지나 중국으로 돌아가는 더 긴 항로를 택하고 있다.
ACP는 올해 남은 기간과 2024년 일부 기간 동안 13.41m의 수심을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리쿠르트 바스케스(Ricaurte Vasquez) 파나마운하 관리자는 "컨디션 3에 따라 23개의 예약 슬롯은 14개로 제한된다"며 "이번 조정은 이미 통과 대기 중이거나 항해 중인 선박 중 미처 예약을 확보하지 못한 선박의 혼잡을 완화하기 위해 도입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