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정예린 기자] 삼성전자가 한국 기업 중 유일하게 글로벌 경영전략 컨설팅사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이 선정한 혁신기업 순위에 올랐다. 미국 기업이 상위권을 휩쓴 가운데 중국 업체들의 깜짝 활약이 돋보였다.
BCG는 23일(현지시간) '2023년 세계 50대 혁신기업' 결과를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전년 대비 1계단 떨어진 7위를 기록했고, LG와 현대차는 순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삼성전자는 BCG가 2005년 첫 보고서를 발간한 이래로 매년 세계 50대 기업에 포함됐다. BCG는 삼성전자가 폴더블폰 등 혁신 제품을 매년 선보이고 기술개발을 위한 대규모 연구개발(R&D)를 통해 강력한 특허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높게 샀다.
BCG는 "삼성은 가치 사슬의 여러 단계에서 혁신을 통해 성과를 높이는 데 사용할 수 있는 모든 도구를 사용하는 회사"라며 "기술 혁신과 대규모 제조의 발전에 중점을 둬 정기적으로 신기술을 대중 시장에 선보이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는 데 능숙함을 입증했다"고 평가했다.
애플은 지난해에 이어 부동의 1위를 유지했다. 테슬라가 3계단 뛰어 2위에 안착했고 아마존,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뒤를 이었다. 10위권 내에서는 독일 지멘스가 작년 20위에서 10위로 순위가 급상승했다.
전기차, 광물, 에너지, 제약 기업 대거 이름을 올렸다. 특히 엑손모빌, 쉘, 시노펙, 아람코 등 전통 석유화학이 신규 혹은 재진입한 점이 눈에 띈다. 기후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친환경 에너지 분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있는 이들 기업의 노력을 기업 혁신을 위한 행보로 인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역별로는 북미 기업이 27곳으로 가장 많았고 아시아 기업은 12곳, 유럽 기업은 10곳 등이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를 통해 처음으로 중동 기업이 순위권에 들었다.
올해는 중국 기업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50위권에 든 중국 기업은 화웨이, 샤오미, 바이트댄스, 알리바바 등 기존 4곳에서 7곳으로 늘어났다. 특히 비야디(BYD)는 유수의 글로벌 기업을 제치고 9위로 재진입했다. 양대 국영 정유사인 시노펙(중국석유화공집단공사)과 페트로차이나는 각각 32위와 36위로 첫 진입했다.
한편 BCG는 2005년부터 매년 글로벌 기업 임원 10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와 총주주수익률 등을 종합 평가해 혁신기업을 선정한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경영진들의 79%가 올해 최우선 과제를 혁신으로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