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정등용 기자] 스위스 1위 투자은행(IB) UBS가 위기설에 휩싸인 글로벌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 인수설을 부인했다. 당장의 몸집 불리기보다 미국 사업 확대에 주력하겠다는 계획이다.
콜름 켈러허 UBS 회장은 17일 스위스 언론과 인터뷰에서 “우리는 크레디트스위스를 인수하는 데 관심이 없다”고 밝혔다.
과거 모건 스탠리 사장을 지내기도 했던 켈러허 회장은 당분간 미국 시장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미국 사업의 유기적 성장과 확장에 집중할 것”이라며 “크레디트스위스 인수와 관련해 항상 시나리오가 있었지만 설득력 있는 시나리오는 없었다”고 말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UBS와 크레디트스위스는 전임 회장 시절 인수 협상을 진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악셀 베버 UBS 전 회장과 얼스 로너 크레디트스위스 전 회장은 지난 2020년 상반기 회담을 갖고 두 은행 간 합병 가능성에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와 관련한 계획이 별다른 진척 없이 보류 상태에 머물렀고 전임 회장들마저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최종 무산에 이르렀다.
일각에선 UBS가 크레디트스위스의 경영 상황이 예상보다 심각하다고 판단해 기존 인수 계획을 철회했을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실제로 크레디트스위스는 오는 2월까지 현재 109개인 지점을 95개로 감축하기로 한 가운데 오는 2025년까지 전체 직원 수를 5만2000명에서 4만3000명으로 대폭 줄인다는 방침을 세우기도 했다.
UBS 관계자는 “미국 사업 확대 계획은 그동안 우리가 꾸준하게 추진해 온 장기 사업 계획 중 하나”라면서 “모건 스탠리에서 쌓은 켈러허 회장의 경험은 우리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크레디트스위스는 경영 정상화를 위해 직원 감원에 속도를 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업계 소식통을 인용해 크레디트스위스가 올해 유럽 시장 관련 직원 10% 감축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