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한아름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 신유열 롯데케미칼 일본지사 상무가 차기 원톱 체제 입지를 굳혀나가고 있다. 신 상무가 진두지휘한 롯데케미칼 사업들이 그룹의 주요 사업으로 자리 잡으면서 후계자로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17일 롯데케미칼에 따르면 주요 일본 상사와 협력 관계를 구축해오며 향후 기업의 미래를 좌우할 사업인 수소 및 암모니아 사업에 잇단 파트너십을 맺었다. 지난 7월 이토추, 9월 스미토모에 이어 미쓰비시 상사와 청정 수소 및 암모니아 협력을 위해 뜻을 모았다.
일본은 한국을 포함한 해외로부터 청정 수소를 수입해야 하는 입장이라, 일본 종합상사들이 해외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 수소 협력 파트너사로 롯데케미칼을 점찍은 것으로 분석된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신 상무의 행보다. 일본 기업과의 네트워크 구축에 신 상무가 '가교' 역할을 자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8월 신 상무는 신동빈 회장과 베트남 출장길에 첫 등장하며 후계자로서의 경영 보폭을 넓혔다. 8월30일에는 베트남 푹 주석을 만난 뒤 9월1일 하노이의 스타레이크 신도시(롯데몰 하노이와 롯데건설이 수주) 방문, 9월2일 호찌민 뚜띠엠 에코스마트시티(롯데건설의 대형 복합단지 개발사업) 착공식 등 모든 일정에신 회장을 시종일관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보좌했다. 신 회장이 축사하는 장면을 휴대전화로 촬영하기도 했다.
그의 행보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지난달 28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롯데-노무라 교류회'에 참여하며 롯데 안팎에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냈다. 업계 일각에선 신 상무의 행보를 놓고 의미가 크다는 해석을 내놓는다. 베일에 감춰져 있다싶피 한 신 상무를 대대적으로 노출시킨 것은 향후 경영권 승계를 염두에 둔 포석이란 관측이다.
신 상무의 존재감이 부각되면서 그가 몸담고 있는 롯데케미칼도 그룹 내 위상도 부쩍 커지고 있다. 롯데그룹은 화학사업 비중을 늘려가는 동시에 '신동빈-신유열' 후계 구도를 자연스레 공식화하는 모습이다. 롯데케미칼은 120만톤 규모의 청정 수소를 생산하고 유통해 매출 5조원을 달성하겠단 목표다. 자금 여력도 충분하다. 롯데케미칼은 2030년까지 총 6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롯데그룹으로선 롯데케미칼의 행보가 오너 3세 경영 체제 기틀을 굳히는 실험대가 될 수 있단 분석이다. 롯데케미칼은 신동빈 회장의 경영권 강화를 위한 핵심 계열사인 만큼 신 상무의 경영 능력이 매우 중요하다는 게 업계 평가다. 이에 신 상무는 한일 양국의 청정수소 및 암모니아 수요 대응·공급망 구축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미래 수소경제 사회를 주도하겠단 목표를 세우며 신 회장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한편 신 상무는 미국 컬럼비아대 MBA를 졸업한 뒤 노무라 증권 싱가포르 지점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올해 5월 롯데케미칼 일본지사 상무로 승진했고, 2020년부터 일본 롯데홀딩스 부장직을 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