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 일본 내 반(反) 전기차 정서 조장 논란…"초등학생 교육까지 침투"

日 정부와 하이브리드 차량 우상화 작업
전동화 시대 부작용 강조하며 공포 조장

 

[더구루=윤진웅 기자] 일본 토요타자동차가 '전기차 지각생' 오명을 벗기 위해 자국에 반(反) 전기차 정서를 조장하고 있다는 의혹이 거세지고 있다.

 

20일 일본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일본 내 학부모 단체를 중심으로 토요타가 일본 정부와 함께 전기차 도입을 늦추고 기존 부품산업을 유지하기 위한 권모술수(權謀術數)를 일삼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전기차 개발 시기를 놓친 데 따른 비판을 피하기 위해 사회적 공포심을 조성하는가 하면 전기차에 대한 왜곡된 정보를 교육기관에 전파했다는 이유에서다.

 

논란의 시작은 일본자동차협회(JAMA, Japan Automobile Manufacturers Association)였다. 당초 일본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가솔린 자동차 판매금지를 발표하고 전동화 시대 전환을 계획했지만, JAMA의 조적적 반발에 부딪혔다. 결국 전동화 계획을 모두 철회하고 2035년까지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 등 차량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JAMA는 토요타가 이끄는 단체다.

 

JAMA는 공포심을 앞세워 일본 정부를 설득했다. 대부분 가족경영 기업으로 운영되는 자동차 제조업체를 예로 들며 대규모 실직 사태로 인한 국민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고한 것. 일본 사회에서 실직이 금기시되고 있는 만큼 일본 정부에는 부담감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토요타의 판매를 책임지고 있는 하이브리드 차량은 구조가 복잡한 탓에 최대 3만개 이상 부품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산업 종사자는 수십만에 달한다.

 

토요타와 일본 정부가 합심하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였다. 전동화 시대 전환 시기를 놓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 학생들을 포함 일반 대중에게 반(反) 전기차 정서를 전파하는 한편 하이브리드 차량의 우수성 홍보에 열을 올렸다.

 

하이브리드 차량을 전면에 내세운 팜플렛과 포스터, 서적, 광고를 늘린 것은 그나마 양반였다. 토요타는 초등학생들의 교육 자료까지 건드렸다.

 

토요타가 일본 초등학교 사회과 수업 자료로 보낸 팜플렛에는 친환경차로 △하이브리드(HEV)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수소전지차(FCEV) 등 3종이 소개됐다. 전기차에 대한 내용은 없었다. 여기에 아이들의 감성을 자극하고자 하이브리드 등 자동차를 만드는 데 필요한 부품사 직원들의 근면 성실함을 강조한 사진도 게재했다. JAMA가 전동화 시대 전환을 지연한 덕에 실직을 면한 사람들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일본 학부형은 "전동화 전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심는 것도 모자라 일부 학생이 순수 전기차에 대해 질문했지만 100% 전기차는 아직 존재하지 않으며 전기를 사용하는 하이브리드가 현재로썬 전기차라는 식으로 EV의 개념을 호도했다"며 "자라나는 아이들을 상대로 잘못된 교육을 하는 것은 불법적인 행태"라고 지적했다.

 

이어 "토요타뿐 아니라 일본 자동차 업체들의 교묘한 장난은 쉽게 볼 수 있다"며 △닛산 e-파워 △혼다 e:HEV △스바루 e-박서 등 하이브리드차량의 모델명을 예로 들었다. EV의 개념을 모르는 아이들을 포함 선동 당한 대중에게는 모두 전기차로 여겨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본 내 하이브리드 차량을 최고 친환경차로 여기는 풍토가 지속될 전망이다. 글로벌 전동화 시대가 본격화한 현재까지도 국영도서관, 지역지 등 사회 곳곳에서 하이브리드 찬양론이 이어지고 있는 것은 물론 심지어 전기차의 위험성과 환경 오염 유발 주장까지 나오고 있어서다.

 

아울러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에도 원자력을 대체할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소의 개발 추진에 적극 나서지 않고 있다는 점은 전력 증가를 대비할 의지가 별로 없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초 연결사회 속에서 언제까지 대중을 속이고 전동화 시대를 지연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혼다가 최근 자사 전기차 '혼다e'의 개발을 주도한 미베 토시히로를 사장으로 세워 전동화 시대 준비에 나선 것처럼 토요타도 정공법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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