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IC, 美 장외주식시장서 퇴출…中 반도체 굴기 '휘청'

6일 거래 종료 이후 OTCQX 시장 철수 발표
美 국방부 블랙리스트 지정으로 거래 중단

 

[더구루=오소영 기자] 중국 파운드리의 선봉장인 SMIC가 미국 장외거래 주식 시장인 OTCQX에서 사실상 퇴출됐다. 미국 제재로 칭화유니에 이어 SMIC마저 고전하며 중국의 '반도체 자립' 꿈이 멀어지고 있다.

 

7일(현지시간) SMIC는 "6일 거래 종료 이후 OTCQX 시장에서 철수한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3일 미 국방부가 지정한 블랙리스트에 오르며 주식 거래가 차단돼서다. 국방부는 당시 SMIC를 비롯해 중국군이 소유하거나 통제하는 중국해양석유(CNOOC), 중국국제전자상무중심그룹(CIECC), 중국건설기술(CCT) 등 4개 회사를 블랙리스트에 추가했었다.

 

2007년 개설된 OTCQX는 뉴욕증권거래소, 나스닥에 이어 미국의 3대 시장으로 불린다. 아디다스와 에어프랑스, 바스프 등 글로벌 기업 130여 곳이 상장돼 있다.

 

SMIC는 미국주식예탁증권(ADR) 형태로 뉴욕증시에 상장돼 있었다. 2019년 5월 상장 폐지를 신청한 후 OTCQX로 옮겼다. SMIC는 거래량이 적고 비용이 높아 상장 폐지를 결정했다고 밝혔지만 업계에서는 미·중 무역갈등의 영향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미국은 작년부터 SMIC에 제재 수위를 높여왔다. 미 상무부는 작년 9월 미국 기업이 SMIC에 반도체 생산 설비와 재료, 소프트웨어, 각종 서비스를 제공할 때 사전 허가를 받도록 했다. 미국 기업이 제공하는 장비나 재료가 군사적 목적으로 이용될 위험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달에는 블랙리스트 명단에 올려 SMIC가 미국 회사로부터 핵심 부품을 들여올 경우 상무부의 특별 허가를 받도록 했다.

 

뉴욕증권거래소에 이어 OTCQX 시장에서 빠지며 SMIC는 자금 조달에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투자에도 지장이 생겼다.

 

SMIC는 중국에서 비메모리 반도체를 양산하는 유일한 회사다. 미국의 압박으로 화웨이가 반도체를 공급받지 못하며 SMIC가 대안으로 거론됐다. 중국 정부는 공적 자금을 투입하고 세제 혜택을 주며 SMIC를 키워왔다.

 

하지만 세계 1·2위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나 삼성전자와 기술 격차가 크다. SMIC는 2019년에야 14나노(nm) 제품을 양산하기 시작했다. 7나노 수준의 공정은 내년에야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TSMC와 삼성전자는 내년부터 3nm 공정 양산을 선언했었다. 양사와 격차를 좁히고자 투자를 늘려야 하는 상황에서 미국 증시에서의 퇴출은 SMIC에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SMIC가 고전하며 중국의 반도체 굴기 전략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관측된다. SMIC와 함께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던 칭화유니 또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다. 칭화유니는 작년 11월 16일 만기 도래한 13억 위안(약 2197억원)규모의 회사채 만기 연장이 무산되며 부도 위기에 직면했다.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는 2025년 중국에서 생산된 반도체(IC·집적회로) 비중은 글로벌 시장의 19.4%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2025년 중국 반도체 자급률 70% 목표에 한참 못 미치는 수치다. 중국의 IC 생산은 지난해 1434억 달러(약 165조원)로 전체 시장의 15.9%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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