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길소연 기자]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즈베즈다 조선소가 한국산 후판 사용 중단을 예고해, 국내 철강업계의 해외 수출에 차질이 우려된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러시아 즈베즈다 조선소가 기존 선박 건조 시 사용하는 한국산 후판(두께 6㎜ 이상 철판)을 러시아 철강업체의 제품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비싼 돈 들여 한국산을 수입해 사용하는 것 보다 자국산 사용이 수익성이 높다고 판단한 것이다.
즈베즈다 조선소는 그동안 한국산 후판을 수입해 사용해 왔다. 그러나 앞으로는 한국산 대신 러시아 첼랴빈스크주에 있는 마그니토고르스크 제철소 및 극동지역 제강회사인 아무르스탈에서 철강을 구매해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드미트리 코작 러시아 부총리는 "즈베즈다 조선소는 러시아제 선박 철강의 사용으로 전환해 한국산 자재 사용을 포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러시아가 자국산 후판 사용에 나선 건 유라시아경제연합(EAEU)이 지난해 8월 수입 철강재를 대상으로 세이프가드 조사에 돌입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EAEU에 세이프가드가 발동되면 미국 대신 유럽연합(EU)과 캐나다, 인도 등을 대체시장으로 공략해 온 한국 철강업계로서는 타격이 클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로인해 국내 철강업계는 러시아의 후판 수입 중단 예고로 긴장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러시아가 한국산 후판 가격 인상 조짐에 따라 자국산 철강을 사용을 추진하는 이유도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동안 국내 철강업계는 조선업 불황과 중국산 공략의 이중고가 겹쳐 올해만큼은 조선용 후판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철광석 등 원재료 가격 인상분을 반영해 후판 가격 인상을 주장하고 있다.
이렇게되면 국내 조선사는 물론 후판을 수입해서 쓰는 러시아 조선사들의 부담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후판 가격이 5~7만원 인상돼 조선업계의 원가 부담이 약 3000억원 늘어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조선사들이 적자를 면치 못한 이유가 후판 가격 인상 때문"이라며 "후판은 선종에 따라 제조원가에서 15~20%를 차지한다"고 말했다.
한편 즈베즈다 조선소는 대우조선해양이 9년 넘게 현대화 사업을 추진하다 건립 자체가 무산된 조선소이다. 러시아 측이 적극적인 사업 의지를 보이지 않고 당시 대우조선도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사업 자체가 무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