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길소연 기자] 국내 조선업의 '1강 1중' 구조 개편이 확정된 가운데 국내외서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인수합병에 대한 회의론이 쏟아지고 있다. 양사 합병에 대한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 보다 합병 후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경계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5일 조선·해운 전문지 트레이드윈즈 등 해외 언론을 중심으로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인수합병으로 인한 시너지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 등장했다.
이들 외신은 양사의 합병에 따른 파급 효과보다 피인수업체인 대우조선해양의 관점에서 합병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을 보냈다.
가장 크게 우려하는 건 대우조선의 합병 후 역할론이다. 외신은 현대중공업에 흡수되면 계열사 이상도 이하도 아닌 위치에서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와 같은 존재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종의 하청기업으로 전락한다는 얘기다.
아닌게 아니라 이번 인수로 가장 큰 혜택을 보게 된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가 될 가능성이 유력하다. 군산조선소는 지난 2017년 7월 일감 부족의 이유로 가동을 전면 중단했다. 과거 현대중공업이 1조4000억원을 들여 세운 조선소인 만큼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의 건조 물량을 가져와 조선소 가동에 박차를 가할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마침 대우조선이 지난해 말 기준 수주잔량 5844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로 세계 2위를 기록하는 등 일감을 많이 확보한 상태다. 멈춰선 도크를 돌리기엔 충분한 수주 잔량이다.
외신은 또 지역 경제를 고려해 합병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최근 국내 조선업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경남 거제 지역경제가 다시 활성화되는 시점에 매각 소식이 전해지자 지역 경제가 다시 흔들리고 있다.
이렇게 되면 대우조선은 구조조정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향후 확보한 일감이 떨어지거나 경기 침제로 인해 구조조정이 언급되면 대우조선 직원들은 구조조정 1순위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
다행히 현재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호황으로 대규모 수주가 이어져 구조조정을 걱정할 단계는 아니지만, 대우조선의 핵심 인력은 언제, 어디서든 빠져나갈수 있는 일이다.
하태경 대우조선해양 노조 정책실장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이 합칠 경우 해양플랜트 등 겹치는 분야에서 효율적인 경영을 핑계로 인력 감축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비슷한 이유로 합병에 대한 부정적 여론은 국내에도 존재한다.
국내 조선업계와 증권가에 따르면 양사 합병에 대한 기대감보다 우려의 시선이 크다. 상호 보완으로 시너지가 크기보다 대우조선해양을 하청업체로 전락시켜 선주들의 불만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독과점 논란을 피해가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 인수 작업을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유럽, 미국 등 전 세계 경쟁 당국의 기업결함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경쟁 제한성을 판단하는 원칙에 따라 시장을 LNG 운반선 등 벌크선, 컨테이너선 등 세분화할 경우 양사의 LNG 운반선 점유율만 80~90%를 차지하게 된다. 점유율이 50% 이상이면 독과점 심사 통과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게다가 현재 조선 경쟁국인 일본은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한국 정부 지원이 세계무역기구(WTO) 규정 위반이라고 불만을 나타낼 정도로 견제가 심하다.
여기에 양사 노조 반발도 만만치 않다. 현재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 양사 노조는 인수합병에 반발, 투쟁까지 예고해 인수합병 과정에 난항이 우려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두 회사의 합병은 해양산업에서의 실패를 선박분야에 전가하는 식이 될 것"이라며 "합병이 추진될 경우 대우조선해양의 인력 이탈 가능성이 크고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와 같은 하청기업으로 전락하게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 인수 후보자로 최종 확정되면서 국내 조선업은 글로벌 '메가 조선사' 탄생 초읽기에 들어갔다. 양사의 노조 반발, 독과점 문제 등을 순조롭게 넘어서면 인수 절차는 마무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