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 김수현 기자] 약 7주간 이어지고 있는 중동 지역의 전쟁 여파가 실물 경제 지표에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세계 경제에 '스태그플레이션'의 공포가 짙게 드리우고 있다. 에너지 가격 폭등과 공급망 차질이 맞물리며 전 세계적으로 성장은 정체되고 물가는 치솟는 복합 위기 징후가 뚜렷해지는 양상이다.
지난 19일(현지시간) 국제통화기금(IMF)은 보고서를 통해 "중동 전쟁의 누적된 영향이 각국 기업의 경기 실사 지표와 주요 경제 데이터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이번 주 발표를 앞둔 주요국들의 구매관리자지수(PMI) 등 기업 경기 지표에서 광범위한 실적 악화가 예견되면서 세계 경제 둔화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가장 큰 위협은 성장 둔화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발생하는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이다. 전쟁으로 인한 이란발 에너지 가격 상승이 전 세계 물가를 압박하는 가운데, 고물가에 지친 소비자들이 지출을 줄이면서 경기 회복의 동력마저 상실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블룸버그 TV와의 인터뷰에서 "설령 전쟁이 내일 끝난다 하더라도 이미 발생한 경제적 충격이 시스템에 깊이 반영돼 있다"며 "세계 경제가 정상 궤도로 회복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주요국의 인플레이션 수치는 전쟁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영국의 3월 물가상승률은 에너지 가격 상승의 영향으로 3.3%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되며, 캐나다 역시 휘발유 가격 상승으로 인해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1.8%에서 2.6%로 급등할 전망이다.
미국의 경우 3월 소매 판매 수치는 겉보기에 증가한 듯 보이지만 이는 가솔린 가격 상승에 따른 착시일 뿐 실제 소비 수요는 위축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각국 중앙은행들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면 침체된 경기가 더욱 꺾일 우려가 있고, 금리를 내리면 요동치는 물가를 통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의 필립 레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달 말 금리 결정 시 PMI와 같은 보고서를 어떻게 활용할지 설명하면서 "풍부한 설문조사 데이터가 있을 것이지만, 현재로서는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확실히 예측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분석가 제니퍼 웰치는 “미국과 이란 간의 적대 행위를 끝내고 에너지 시장에 안도를 줄 수 있는 합의가 가시권에 들어온 것처럼 보이지만, 이것이 완전하고 지속적인 평화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며 “호르무즈 해협 등 주요 현안에 대한 해석 차이가 존재해 긴장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