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정예린 기자] SK하이닉스가 펜타레벨셀(PLC·셀당 5비트) 낸드플래시 상용화에 한 발 더 다가섰다. 기존 방식으로는 신뢰성과 내구성 확보가 어려웠던 PLC 한계를 구조적으로 풀어내는 해법을 제시, 차세대 고집적 낸드 경쟁에서 기술 주도권을 이어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9일 SK하이닉스에 따르면 단일 셀 구조에서 PLC 구현이 막혀 왔던 원인을 새로운 셀 구조인 '멀티사이트셀(MSC·Multi-Site Cell)'로 해소하는 방식을 제시하며 PLC 낸드 상용화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초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반도체 학회 '국제전기전자공학회 국제전자소자학회(IEDM) 2025'에서 '고속·고신뢰·저전력 5비트 셀 동작을 위한 대량생산 가능 멀티사이트 낸드플래시(Mass Producible Multi-Site NAND Flash for Fast, Reliable and Power-Efficient 5-Bits/Cell Operation)'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하며 막혔던 '혈'을 풀었다.
이번 논문은 PLC 상용화 과정에서 가장 큰 걸림돌로 지적돼 온 전압 상태 구분 문제를 셀 구조 변경을 통해 접근했다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낸드는 하나의 셀에서 임계전압(Vt)을 세밀하게 나눠 비트를 저장하는데, 셀당 비트 수가 늘어날수록 전압 상태 간 간격이 급격히 좁아지면서 읽기 속도 저하와 내구성 악화 문제가 발생해 왔다.
특히 PLC는 하나의 셀에서 32개의 전압 상태를 구분해야 해 감지 마진이 크게 줄어들고 전자 누설에 따른 데이터 불안정성이 커지면서 상용화가 쉽지 않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PLC를 건너뛰고 적층 수를 늘리거나 더 먼 단계의 고비트 셀로 직행할 수밖에 없다는 관측도 제기돼 왔다.
SK하이닉스가 이번 논문에서 제시한 MSC 구조는 하나의 셀 채널을 물리적으로 나눠 전압 상태를 분산시키는 방식이다. 하나의 셀을 두 개의 ‘사이트’로 나누고, 각 사이트가 독립적으로 적은 수의 전압 상태만을 사용해 데이터를 저장한 뒤 이를 조합해 전체 비트 값을 구현한다.
구체적으로는 각 사이트에서 6개의 전압 상태만 읽어 두 사이트를 동시에 판독함으로써 총 36개의 조합 상태를 만들고, 이 가운데 32개를 활용해 5비트 저장한다. 단일 셀에서 32개 상태를 직접 구분해야 하는 기존 PLC와 달리 읽기 난이도를 낮추면서도 동일한 비트 밀도를 확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MSC 개념 자체는 과거에도 업계와 학계에서 아이디어 차원으로 논의된 바 있다. SK하이닉스의 새로운 논문은 해당 구조를 실제 실리콘 웨이퍼 상에서 동작하는 칩으로 구현하고, PLC 동작을 실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SK하이닉스는 이번 연구를 통해 MSC 구조 적용시 PLC 동작에서도 읽기 속도와 신뢰성, 전력 효율 측면에서 개선 효과도 확인했다. 다만 구체적인 공정 조건이나 수율, 비용 관련 데이터는 공개하지 않았다.
SK하이닉스는 작년 8월 321단 2Tb(테라비트) QLC(쿼드레벨셀·셀당 4비트) 낸드 개발을 완료하고 양산에 돌입한다고 발표했다. 신제품은 원가경쟁력 우위를 극대화하기 위해 용량을 기존 제품 대비 2배 늘린 것이 특징이다. 전작 대비 데이터 전송 속도는 100% 빨라졌고, 쓰기·읽기 성능은 각각 최대 56%, 18% 개선됐다. 글로벌 고객사 인증을 거쳐 올 상반기부터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시장을 중심으로 판매를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