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정예린 기자] 중국이 인공지능(AI) 인프라 구축과 전기차 확산을 계기로 탄화규소(SiC) 전력반도체 산업 전반에서 생산능력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대량 양산 체제는 가속화되는 반면 고품질 웨이퍼와 핵심 공정 기술 격차는 여전히 남아 있어 우리 기업에 고부가 소재·장비·공정 역량을 앞세운 중국 공급망 진입 기회가 열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일 쟈스컨설팅에 따르면 글로벌 탄화규소 시장 규모는 2020년 약 6억4000만 위안에서 2024년 약 32억4000만 위안으로 확대됐다. 오는 2030년 글로벌 탄화규소 시장은 약 197억 위안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추산된다.
탄화규소는 실리콘보다 고전압·고온 환경에서 전력 효율과 내구성이 뛰어나 전력반도체의 핵심 소재로 활용되고 있다. 다만 웨이퍼와 에피 공정에서 불량이 발생하기 쉬워 양산 수율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어렵고, 이로 인해 소재 순도와 결함 제어 능력, 공정 정밀도가 기업 경쟁력을 좌우한다.
중국은 국가·지방정부 차원의 육성 정책을 바탕으로 기판·웨이퍼·에피·소자 등 전 밸류체인에서 설비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주류 규격도 4인치·6인치에서 8인치로 이동하며, 생산 효율과 원가 절감을 동시에 노리는 대형화 전략이 본격화되고 있다.
증설 속도가 빨라지면서 중국의 탄화규소 기판 생산량은 지난 2022년 46만 장에서 2024년 390만 장으로 약 8.5배 증가했다. 공급 급증에 따라 가격 경쟁이 심화돼 2023~2024년 사이 6인치 웨이퍼 가격은 15.9%, 8인치는 60% 이상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기판 공급 확대는 전력반도체 소자 시장 성장으로 이어졌다. 작년 중국 탄화규소 전력반도체 소자 시장은 전기차와 고속충전, 재생에너지 수요를 중심으로 전년 대비 약 30% 성장했으며, 활용 분야 가운데 신에너지차 비중이 약 40%를 차지한다.
경쟁 구도는 반절연과 전도성 웨이퍼로 나뉜다. 반절연 웨이퍼 분야에서는 중국의 대표적인 탄화규소 웨이퍼 생산 기업 ‘SICC(天岳先进)’가 글로벌 시장점유율 30%를 차지한다. 전도성 웨이퍼에서는 중국 기업의 글로벌 점유율이 아직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 다만 중국 내에서는 단결정 성장부터 에피·디바이스·모듈까지 수직계열화를 추진하는 기업이 늘며 경쟁 강도는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고품질 웨이퍼 생산기술, 결함 밀도 관리, CMP 공정, 반도체급 고순도 분말 등 핵심 영역에서의 기술 격차는 여전히 남아있다. 특히 8인치 라인 전환 과정에서 수율 안정화와 에피 두께 균일도 확보가 주요 과제로 남아 있으며, 이 과정에서 정밀 장비와 고부가 소재 수요가 집중되고 있다.
중국의 탄화규소 수출은 최근 감소세를 보였지만 고순도·특수 규격 제품에서는 해외 의존이 지속되는 이중 구조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 작년 기준 탄화규소 수입액의 70% 이상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해당 통계가 원료·분말 중심으로 집계된다는 점에서 웨이퍼와 소자 분야의 실제 경쟁 구도는 통계보다 복합적이라는 평가다.
코트라(KOTRA) 하얼빈무역관 관계자는 "중국 시장의 성장 국면을 활용해 우리 기업이 보유한 공정·소재·시스템 관련 역량을 기반으로 전략적·선제적 진출 방향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며 "이는 단기적 협력 기회 확보뿐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공급망에서의 입지 제고에 의미 있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