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공업, 대륙별 '조선 허브' 구축…현지화 전략 한 단계↑

페루 현지화 성과 확산…대륙별 허브 확보
美 헌팅턴과 군수지원함에서 함정 솔루션까지 협력 확대
무인수상정(USV) 프로토타입 내년 공개


[더구루=오소영 기자] HD현대가 대륙별 '조선 허브'를 구축해 해군 함정 수출을 확대한다. 주요 수출국인 페루에서 함정 공동 건조를 넘어 1500톤(t)급 잠수함 공동 개발까지 추진하며 현지화 전략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미국에서는 군수지원함 협력을 발판으로 미군에 최적화된 함정 솔루션을 제안한다. 미래 사업에도 대비해 무인 함정 개발에 속도를 내고 인공지능(AI)을 접목한 첨단 조선소로 전환을 본격화한다.

 

◇ 美 최적 잠수함 제안…통합법인 시너지 기대

 

글로벌 해양 방산 전문지 나발투데이에 따르면 최태선 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부 상무는 17일(현지시간) 인터뷰에서 "미국을 포함해 해군 함정 건조와 MRO(유지·보수·정비) 분야에서 글로벌 수요 확대에 주목하고 있다"며 "함정 건조와 MRO, 조선업 현지화를 위한 산업 협력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구매국 내 조선업의 현지화를 지원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고려하고 있다"며 "세계 여러 대륙에 지역 허브를 설립할 계획이다"라고 덧붙였다.


페루는 HD현대의 성공적인 현지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 2023년 3400t급 호위함 1척, 2200t급 원해경비함 1척, 1500t급 상륙함 2척 등 함정 4척 건조 사업을 수주한 후 페루 국영 시마(SIMA) 조선소와 공동 건조를 추진했다. 지난달 시마 조선소와 잠수함 공동 개발 및 건조를 위한 의향서(LoI)도 체결했다. 1500t 잠수함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 상무는 "곧 시마 조선소와 공동 개발을 시작할 것"이라며 "K-해양 방산 수출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현지 최대 방산 조선소 헌팅턴 잉걸스 인더스트리즈(HII)와 협력해 한미 조선 협력 사업 '마스가MASGA)'를 주도하고 있다. 초기 차세대 군수지원함 건조를 추진하고 향후 협력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최 상무는 "HD현대중공업은 대한민국 해군이 운용하는 모든 군수지원함을 설계·건조했고 뉴질랜드에 두 척을 수출한 경험도 있다"며 "이번 협력의 궁극적인 목표는 세계 최고의 상선 조선사와 세계 최고의 특수선 조선사의 강점을 결합해 해군 함정 건조에 최적화된 솔루션을 개발하는 것이다"라고 포부를 내비쳤다.


확장된 생산능력도 HD현대의 장점이다.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는 지난 1일 통합법인을 출범했다. 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부와 HD현대미포를 합병해 함정·중형선사업부로 정비하고 글로벌 시장 공략에 역량을 결집하고 있다. 최 상무는 "연간 수상함 3척과 잠수함 1척 건조로 제한된 생산능력이 약 3배 증가했다"며 "기존 드라이도크 2개와 잠수함 생산 시설 외에도 HD현대미포가 운영 중인 4개 드라이도크 중 최대 2개와 그 지원시설을 함정 건조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특수선 사업 담당 엔지니어도 350여 명에서 950여 명으로 증가한다. 최 상무는 "HD현대미포의 엔지니어 600여 명이 점차 해군 함정 설계에 참여해 총 엔지니어 수가 950명에 이르게 된다"며 "함정·중형선사업부는 '마더 플랜트' 역할을 하며 향후 글로벌 해군 조선 프로젝트 주도의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 무인 함정·AI 기반 스마트 조선소 사업 강화 

 

HD현대중공업은 지난해 함정기술연구소 운영을 시작하고 연구·개발(R&D) 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지역별로 다른 함정의 요구사항을 맞추기 위해 기술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필리핀에 2600t급 호위함부터 3200t급 초계함까지 조기 인도했고, 페루에 이어 사우디 진출을 추진 중이다. 최 상무는 "국내 R&D 성과와 내부 연구기관의 역량을 활용해 다양한 요구를 충족할 수 있는 수출 지향적인 함정을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있다"며 "구매국이 최적화된 해군 함정을 더 빠르고 경쟁력 있는 비용으로 획득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최 상무는 무인 함정 개발에 대한 청사진을 공유했다. HD현대중공업은 미국 인공지능(AI) 방산기업 안두릴 인더스트리(Anduril Industries, 이하 안두릴)와 무인수상정(USV) 개발을 공동으로 수행 중이다. 내년 프로토타입을 공개할 예정이다.

 

최 상무는 양사의 파트너십이 해군 함정 개발의 혁신을 불러올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는 "전통적인 프로그램은 군의 요구사항에 따라 진행됐으나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을 적용해야 하는 무인 시스템의 경우 기술 선도 기업들이 먼저 무인 플랫폼을 개발한 후 군에 제안하는 전환이 일어날 것"이라며 "HD현대중공업과 안두릴이 이 새로운 무인 시스템 개발 모델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 4월 대한민국 해군으로부터 USV 개념설계 사업도 수주했다. 최 상무는 "유·무인 복합 체계(MUM-T) 작전 개념을 적용하고 HD현대의 자회사 '아비커스(Avikus)'의 기술을 통합하려 한다"며 "AI 기반 자율 운항과 상황 인식, 충돌 회피, 자동 접안 기능이 포함되어 높은 수준의 작전 자동화를 가능케 한다"고 부연했다.


최 상무는 'AI 기반 함정'은 'AI 조선소'에서 건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HD현대는 로봇과 센서, AI 기반 용접·검사 시스템 적용 등을 조선소에 도입해 공정 효율성과 품질 경쟁력 향상에 집중하고 있다. 이를 위해 AI 기반 휴머노이드 로봇 전문기업 '페르소나 AI(Persona AI)', 방산 AI 기업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Palantir Technologies)' 등과 협력하고 있다.


최 상무는 "글로벌 기술 선도 기업들과의 협력을 강화해 설계부터 생산까지 전체 가치사슬을 디지털화하고 있다"라며 "이러한 노력을 바탕으로 자율주행 선박 및 무인 선박 개발사로 경쟁력을 갖추려 한다"고 의지를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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