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SK실트론, 매각 앞두고 몸집 줄이기 속도…美 구조조정 착수

오번 생산라인 베이카운티로 통합…매각 앞두고 美 사업 효율화 가속

 

[더구루=김예지 기자] SK실트론이 내년 초 경영권 매각을 앞두고 미국 자회사 SK실트론CSS의 생산거점을 통합하는 등 선제적인 몸집 줄이기에 돌입했다. 전기차(EV) 시장 둔화와 실리콘카바이드(SiC) 산업의 공급 과잉으로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되자, 가치 훼손을 최소화하고 매각 성사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고강도 효율화 작업에 착수한 것이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실트론CSS는 미시간주 오번(Auburn) 지역 생산라인과 장비를 모니터 타운십 스트레이츠 드라이브(1311 Straits Drive) 소재 베이카운티 시설로 통합하기로 했다. SK실트론CSS 측은 이를 "시장 상황에 맞춘 운영 효율화"라고 설명했다.

 

이번 통합 과정에서 인력 감축이 진행되고 있다. 오번 시설에서는 지난달 약 50명이 해고됐으며, 내년 1월에도 약 30명이 추가로 감원될 예정이다. 조 가이 콜리어(Joe Guy Collier) SK아메리카스 대외커뮤니케이션 담당 선임 이사는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둔화되며 인력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직원과 가족들의 어려움을 최소화하기 위한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생산거점 통합은 지난해 미국 정부로부터 조건부 승인을 받은 5억 4400만 달러(약 8022억원) 규모의 베이카운티 SiC 웨이퍼 증설 프로젝트와도 연계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강한 애착을 보여온 미국 SiC 사업이지만, 최근 시장 악화로 SK실트론CSS 실적이 악화된 점도 구조조정을 촉발한 요인으로 거론된다. 실제로 SK실트론CSS 모회사인 SK실트론USA는 지난해 108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손실 규모가 확대됐다.

 

글로벌 SiC 시장은 전기차 판매 둔화와 중국발 물량 공세로 공급과잉이 심화된 상황이다. 미국 울프스피드는 파산보호 신청을 검토 중이다. 또한 미시간 지역에서도 XALT 에너지와 프로이덴베르크 e-파워시스템 등 EV 공급망 기업의 구조조정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이 같은 업황 변화는 SK그룹의 SK실트론 매각 전략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SK그룹은 지난 10월 맥킨지에 SK실트론 기업가치 재산정을 의뢰하며 매각 속도 조절에 들어가는 듯했으나, 최근에는 내년 1월까지 매각을 마무리하는 방향으로 기조를 확정했다. 현재 두산그룹과 한앤컴퍼니가 인수전에 참여하고 있으며, 그룹 내부에서는 전략적 시너지를 고려해 두산 인수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SK실트론은 그동안 SiC 사업을 미래 핵심 성장 분야로 육성해 왔다. 지난 2020년 듀폰의 SiC 웨이퍼 사업을 4억 5000만 달러(약 5931억원)에 인수해 SK실트론CSS를 설립했다. 지난해 1월에는 자동차용 전력반도체 글로벌 1위 인피니언과 장기 공급계약을 체결하며 사업 성장 가능성을 입증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EV 시장 성장세가 꺾이면서 SK실트론CSS는 국내외에서 인력·원가 부담을 줄이는 압박을 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생산거점 통합이 단순한 비용 절감 차원을 넘어, 매각 전 실트론의 사업 구조를 정돈하고 가치 훼손 요인을 줄이기 위한 선제적 조치라는 평가를 내놓는다. 글로벌 SiC 시장이 '보릿고개'를 지나고 있는 가운데, SK실트론의 미국 사업 재정비가 향후 매각 협상과 SiC 라인 운영 전략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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