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김예지 기자] 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완연한 회복세를 보였다. 고대역폭메모리(HBM3E) 판매가 급증하며 반도체 부문이 '사상 최대' 분기 매출을 기록했고, 스마트폰과 디스플레이 등 주요 사업도 동반 상승했다. 지난해 반도체 침체로 주춤했던 실적이 완전히 반등하며, ‘AI 슈퍼사이클’이 본격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30일 실적발표에서 2025년 3분기 연결기준 매출 86조1000억원, 영업이익 12조20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 영업이익은 3조원 이상 증가했다. 영업이익률은 14.1%로 전분기(6.3%)의 두 배를 넘어섰고, 순이익은 12조2000억원으로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2%까지 회복됐다.
실적 개선의 주역은 반도체(DS) 부문이었다. 3분기 DS 매출은 33조1000억원, 영업이익은 7조원으로 전분기보다 6조6000억원 늘었다. AI 서버 수요 확대로 HBM3E와 DDR5 등 고부가 제품 판매가 급증했고, 재고 관련 일회성 비용 감소와 시장가격 상승이 수익성을 크게 끌어올렸다. 삼성전자는 4분기에도 HBM3E와 고용량 SSD 등 AI용 제품 판매를 확대하고, 내년에는 차세대 HBM4 사업에 집중할 계획이다.
시스템LSI와 파운드리 사업도 회복세를 보였다. 선단 공정 중심의 최대 수주 실적을 거두며 2나노 1세대 제품 양산을 시작했고, 라인 가동률 개선과 일회성 비용 축소로 손익이 개선됐다. 삼성전자는 4분기부터 2세대 2나노 제품 양산과 HBM4용 베이스다이 생산을 본격화하고, 미국 테일러 팹의 적기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모바일 경험(MX) 부문은 폴더블 신제품 출시 효과로 매출 34조1000억원, 영업이익 3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플래그십 스마트폰과 태블릿, 웨어러블의 판매가 고르게 늘었고, AI 기능을 강화한 갤럭시 S25 시리즈가 판매를 이끌었다. 삼성은 연말 성수기 프로모션을 통해 AI폰 중심의 성장세를 이어가며 글로벌 시장 내 리더십을 공고히 할 계획이다.
디스플레이(SDC) 부문은 주요 고객사의 신제품 수요와 QD-OLED 게이밍 모니터 판매 증가로 매출 8조1000억원, 영업이익 1조2000억원을 올렸다. 반면 영상디스플레이(VD)·가전(DA) 부문은 수요 둔화와 미국 관세 영향으로 매출 13조9000억원, 영업이익 1000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하며 부진했다. 하만(Harman)은 오디오·전장사업 호조로 매출 4조원, 영업이익 4000억원을 올리며 안정적 성장세를 이어갔다.
재무 구조도 견조하다. 3분기 말 기준 순현금은 91조800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5조1000억원 늘었고, 부채비율(27%)과 유동비율(263%) 등 주요 재무지표도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했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은 22조6000억원으로 견조한 현금 창출력을 보였고, 배당과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도 병행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연간 시설투자를 약 47조 4000억원 규모로 집행할 계획이다. 부문별로는 DS 부문 40조9000억원, SDC 부문 3조3000억원 수준이다. DS부문은 고부가가치 제품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첨단공정 전환과 기존 라인 보완 투자에 집중하고, SDC는 라인 성능 향상과 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를 지속할 방침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AI 시대에 맞춰 반도체, 모바일, 디스플레이 전 사업부문에서 AI 중심의 포트폴리오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며 “HBM4와 2나노, 차세대 OLED 등 첨단 제품 경쟁력을 강화해 시장 리더십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실적을 일시적 반등이 아닌 구조적 회복의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AI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요 확대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2나노·HBM4 등 차세대 제품이 본격화되면 삼성전자의 수익성이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다만 글로벌 경기 둔화와 미·중 무역갈등, 관세 리스크 등은 여전히 불확실 요인으로 지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