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김예지 기자] 기아가 유럽 전기차(EV) 시장의 수요 급감 여파로 슬로바키아 질리나 공장의 생산량을 줄이고 근로 시간을 단축하는 등 공장 가동을 축소하고 있다. 기아는 정리해고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으나, 근로자들은 단축 근무로 인한 급여 감소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에 직면하며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30일 슬로바키아 일간지 더 슬로박 스펙테이터(The Slovak Spectator)에 따르면 최근 몇 주간 기아 질리나 공장 내에서는 생산 둔화와 함께 침체된 분위기가 형성됐다. 시간당 차량 생산 대수가 감소했으며, 여러 차례 가동 중단이 발생했다. 일부 금요일에는 아예 근무가 이뤄지지 않아 근로자들의 임금에도 이미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달에만 총 세 차례의 금요일 생산 중단이 단행됐다. 단체협약에 따라 근로자들은 이 기간 평균 임금의 60%를 지급받지만, 일부 직원들은 중단 기간에도 근무를 이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노조 ZO OZ Kia는 이러한 생산량 감소의 주된 원인으로 전기차 수요 약화를 지목했다. 노조는 "유럽 자동차 시장의 조정과 관련해 신모델의 출범이 더 복잡해졌으며, 직원들이 이를 체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아 측은 생산량 축소나 향후 고용 조정 가능성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노조는 "해고 계획에 대한 정보는 전달받지 못했다"며 "회사의 생산 계획상 대규모 해고는 비논리적이지만, 자연스러운 이직 등에 따른 인력 감소는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노조는 전 직원의 평균 임금 인상과 함께 근속 기간별 차등을 둔 퇴직금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제안안에는 근속 2~4년 3개월치, 5~10년 6개월치, 10년 이상 8개월치 임금 지급이 포함돼 있으며, 회사는 30일 이내에 공식 입장을 내야 한다.
이번 기아의 생산 조정은 유럽 전역에서 확산 중인 자동차 업계 전반의 둔화 흐름과 맞물려 있다. 최근 유럽의 주요 완성차 업체들은 생산 계획을 조정하거나 교대조를 취소하고 일부 공장을 일시 중단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체코 노쇼비체(Nošovice)의 현대차 공장 역시 시장 수요 감소로 반복적인 생산 중단을 계획하고 있다. 업계는 이번 상황이 기아뿐 아니라 모비스(Mobis) 등 슬로바키아 내 주요 부품 협력업체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