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정예린 기자] 미국 반도체 전기 시험 장비 시장은 반도체 소자 미세화와 고성능 칩 확대에 힘입어 정밀 검사 장비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은 한국 기업이 맞춤형 시험 솔루션과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북미 시장 진출과 점유율 확대를 추진할 기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26일 시장조사기관 프리시던스 리서치(Precedence Research)에 따르면 글로벌 반도체 결함 검사 장비 시장 규모는 올해 약 115억 달러에서 연평균 7.1% 성장해 2034년 약 176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이 중 반도체 전기 시험 장비시장은 작년 기준 약 52억 달러 규모로 북미가 전체 수요의 39%를 점유해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작년 미국의 반도체 전기 시험 장비 수입 규모는 총 6억91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이 중 말레이시아가 2억 달러로 전체의 31.1%를 차지해 1위를 기록했고, 일본 1억7600만 달러, 이탈리아 6500만 달러 순이었다. 한국은 전년 대비 16.7% 증가한 1400만 달러로 8위에 올랐다.
반도체 전기 시험 장비는 반도체 칩이 설계대로 동작하는지 확인하는 최종 검사와 웨이퍼 레벨 테스트 공정에 필수적이다. 칩 내부 전류·전압 구조가 복잡해짐에 따라 미세한 전기적 이상을 판별할 수 있는 고성능 장비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장비는 트랜지스터, 메모리 셀, 인터커넥트 등 내부 신호를 측정해 설계 오차, 누설 전류, 타이밍 불량 등 미세 결함을 조기에 식별할 수 있다.
광학·전자빔 기반 검사와 달리 전기 시험 장비는 칩 내부 회로와 신호 응답을 직접 측정할 수 있어 제품 품질과 신뢰성을 결정하는 핵심 단계로 평가된다. 최근에는 AI와 머신러닝 기반 분석 기술이 접목되면서 검사 시간 단축, 병렬 테스트, 고주파 신호 분석, 오탐률 최소화 등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미국 테라다인은 AI 반도체용 테스트 플랫폼 울트라플렉스플러스(UltraFLEXplus)를 개발해 다양한 제품을 동시에 검사할 수 있는 병렬 테스트 기능과 고속 신호 처리 능력을 제공한다.
미국 시장의 주요 경쟁사는 △테라다인 △케이엘에이(KLA)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스 △내셔널 인스트루먼츠(NI) 등이다. 이들의 주요 고객사에는 인텔, 엔비디아, 마이크론 등 글로벌 파운드리 기업이 포함되며, 장기 기술 파트너십을 통해 메모리, 로직, ATE 장비를 공급하고 있다.
미세 공정 확대와 고성능 반도체 증가로 고정밀 전기 시험 장비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전기차, 데이터센터용 AI 칩, 방산·항공용 반도체 등 특수 응용 분야에서는 맞춤형 시험 솔루션의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한국 기업이 미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단순 장비 공급을 넘어 △전기차용 반도체 모듈 내구성 시험 △데이터센터용 AI 칩 전력 효율 및 발열 분석 △항공·국방용 반도체 극한 환경 전기 안정성 평가 등 분야별 맞춤형 테스트 솔루션 개발을 통한 기술 차별화를 이뤄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이를 통해 특수 응용 분야에서의 진입 장벽을 낮추고, 고객 맞춤형 솔루션 제공을 통해 시장 점유율 확대를 노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코트라(KOTRA) 시카고무역관 관계자는 "테스트 장비의 측정 정밀도와 응답 속도가 주요 경쟁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며 "한국 기업이 미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반도체 생산 라인용 장비 공급뿐만 아니라 특정 응용 분야 맞춤형 시험 기술을 중심으로 한 차별화 전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