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홍성환 기자] 금융당국 조직개편 논란으로 이재명 정부의 핵심 과제인 스테이블코인 법제화 논의가 뒷전으로 밀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주요 국가의 움직임이 빨라지는 상황에서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준비하는 국내 금융사들은 금융당국 조직개편을 주시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 주무 부처인 금융위원회가 해체되는 만큼 법제화 불확실성이 커진 탓이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해 11월부터 가상자산위원회를 꾸려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포함해 사업자·거래 규제 등을 아우르는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 2단계 입법을 하반기 마련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논의를 이어왔다.
정부조직 개편안을 보면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로 분리된다. 금융위의 금융정책 부분은 재경부로 이관된다. 따라서 조직개편 이후 스테이블코인의 주무부처는 재경부가 될 전망이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금융당국 조직개편을 놓고 이해관계자들 간 갈등이 커지면서 스테이블코인 도입의 불확실성이 커졌다"며 "사업자들이 적극적으로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적시에 제도적 기반 및 지원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미 은행, 카드사, 핀테크 등은 업권별로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준비 중이다. 현재 은행권에서는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을 포함한 10여 곳이 스테이블코인에 공동 대응하기 위한 협의체를 구성한 상태다. 은행들은 합작법인 설립을 통해 공동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 케이뱅크와 신한은행, NH농협은행, 페어스퀘어랩, 한국디지털 자산수탁(KDAC)이 참여하는 한일 스테이블코인 기반 해외송금 기술 검증(PoC) 사업인 '팍스프로젝트'가 최근 1단계 검증을 완료했다. 기술 검증은 한국에서 원화를 원화 스테이블코인으로 전환해 블록체인으로 송금한 뒤, 일본에서 이를 엔화로 환전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여신금융협회와 주요 카드사는 스테이블코인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하나·우리·BC·NH농협 등 카드사 9곳과 여신협회는 7월 말부터 주 1회 회의를 열고 발행 주체, 준비자산 요건, 리스크 관리, 이용 편의성 제고 방안 등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운영에 필요한 쟁점을 논의했다.
다른 나라도 스테이블코인 법제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일본은 해외 주요국 중 가장 먼저 스테이블코인을 법제화하며 디지털 금융을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였다. 2023년 6월부터 ‘자금결제법’으로 단일 법정화폐와 연동된 스테이블코인을 ‘전자결제 수단’으로 규율하고, 발행주체를 은행·자금이동업자·신탁회사 등으로 제한하며 안정성에 초점을 맞춘 체계를 마련했다.
미국은 지난 7월 ‘지니어스 법'이 미국 의회 문턱을 넘으며 법적 토대가 마련됐다. 해당 법은 허가 받은 발행사만 결제용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도록 하고, 발행시 달러 혹은 단기국채 등 유동성 자산을 1대 1 비율로 예치하도록 의무화한 게 골자다.
유럽연합(EU) 역시 스테이블코인의 잠재력과 리스크에 주목하며 ‘암호자산시장법(MiCA)’을 통해 가상자산 시장의 법적 공백을 해소하기로 했다. EU의 규제는 사용자 보호, 내부 금융 안정성, 그리고 통화 주권을 지키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