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진유진 기자] K-푸드 인기에 힘입어 한국 아이스크림이 글로벌 시장에서 사상 최대 수출 실적을 눈앞에 두고 있다. 특히 세계 2위 규모로 성장한 중국 빙과 시장을 겨냥해 '건강·가성비·컬래버레이션' 전략이 업계 핵심 키워드로 부상했다. 단순한 수출 확대를 넘어 현지 맞춤형 제품과 마케팅으로 장기 점유율을 확보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31일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아이스크림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3.1% 증가한 6550만 달러(약 908억원)를 기록했다. 반기 기준 6000만 달러 돌파는 이번이 처음이다. 주요 수출국은 미국(2490만 달러)이 38%로 가장 크고, 필리핀(560만 달러)과 중국(540만 달러)이 뒤를 이었다. 현 추세가 이어지면 올해 연간 수출액은 사상 처음으로 1억 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다.
국내 빙과 업계 양대산맥인 빙그레와 롯데웰푸드도 수출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빙그레는 메로나·붕어싸만코 등을 앞세워 시장을 넓히는 한편, 유제품 성분을 뺀 식물성 메로나를 유럽·이슬람권에 수출하며 현지 식문화와 통관 규제에 대응했다.
롯데웰푸드는 티코와 돼지바 등을 중심으로 수출 채널 다변화에도 힘을 싣고 있다. 최근에는 인도 푸네에 700억원을 투입해 신공장을 완공하고, 대표 제품 돼지바(현지명 크런치)로 올해 1분기 매출을 전년 대비 34% 끌어올렸다.
중국 시장은 그 자체로 잠재력이 크다. 중상산업연구원 조사 결과 중국 아이스크림 시장 규모는 지난해 1835억 위안(약 35조원)으로 지난 2019년보다 1.3배 커졌다. 다만 소비자의 71%가 3~10위안(약 580~1900원)대 제품을 선택할 만큼 '가성비' 경쟁이 치열하다.
이리(Yili)와 멍뉴(Mengniu) 등 로컬 강자가 유통망을 앞세워 시장을 장악하고 있으며, 하겐다즈·월스 등 외국 브랜드는 고급화·현지화를 통해 틈새를 공략 중이다. 여기에 중제 1946(Zhongjie 1946)와 아오쉐(AOXUE) 같은 신흥 브랜드가 애국 소비·IP(지적 재산권) 컬래버레이션·인플루언서 마케팅을 무기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한국 기업이 돌파구를 찾기 위해선 건강형 제품 전략이 우선 과제로 꼽힌다. 중국 소비자의 80%가 무설탕 아이스크림 구매 의향을 보이는 등 '헬시플레저(Healthy Pleasure)'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서다. 실제 롯데웰푸드의 제로 미니바이트 밀크&초코는 중국 코스트코 전 지점에 입점한 지 3주 만에 재발주를 받으며 흥행을 입증했고, 이어 제로 쿠키&크림까지 라인을 확대했다.
문화·콘텐츠 컬래버레이션과 가성비 전략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 SNS 인증 문화를 중시하는 중국 Z세대 특성을 고려하면 관광지·캐릭터·게임 등과 연계한 이색 제품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동시에 단일 히트상품(Hero SKU)을 통한 대중적 브랜드 파워 확보로 가격 경쟁력까지 잡는 것이 중요하다.
업계 관계자는 "내수 정체로 해외 공략은 선택이 아닌 생존 문제"라며 "중국은 규모가 크지만 가격 민감도가 높은 시장인 만큼, 건강·가성비·컬래버레이션 3대 축을 중심으로 현지화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