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김은비 기자] 현대자동차가 1년 사이 싱가포르에서 냉탕과 온탕을 오가고 있다. 최근 3개월 연속 판매가 급감하면서 올해 누적 판매량은 전년 대비 25% 줄었다. 지난해 250%에 달하는 성장세와 대조를 보이고 있다.
20일 싱가포르 국토교통청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달 싱가포르에서 122대를 판매하는데 그쳤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42.9% 감소한 수치다. 지난 5·6월 역시 40%대에 달하는 감소폭을 기록했었다. 올해 누적 판매량은 867대로 전년 대비 24.7% 감소했다.
현지 생산 기지인 ‘현대차그룹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에서 생산·판매하는 아이오닉 5의 판매 감소가 부진의 배경으로 꼽힌다. 아이오닉 5는 가격 경쟁력에서 중국 BYD와 체리에 밀리고 브랜드 선호도에서 테슬라에 치이고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지난달 880대를 판매한 BYD가 토요타(727대·렉서스 포함)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테슬라는 전년 동기 대비 49.4% 증가한 260대를 판매해 6위를 기록했다.
기아는 지난달 101대를 판매, '톱10'에서 밀려 11위에 그쳤다. 누적 판매량은 689대로 전년 대비 2.7% 증가, '9위'를 수성했다. 그러나 중국 브랜드 체리차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 연말 '톱10' 수성은 여의치 않다는 분석이다. 체리차는 지난달 120대(전년 대비 823.1%)를 판매, 전년 23위에서 8위로 수직상승했다.
업계 관계자는 “싱가포르는 자가용 취득비용과 등록비 부담으로 수요는 작지만, 친환경차를 내세운 활로 개척 가능하다”며 “현지 탄소중립 정책에 발맞춰 ‘친환경 자동차 메이커’로 자리매김하겠다는 현대차·기아 전략은 중국 브랜드에 밀려 크게 위축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