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온, '알짜' 엔무브 품었다

합병법인 11월 1일 출범…상장 철회
전기화 사업 경쟁력 확보

 

[더구루=오소영 기자] SK이노베이션이 '아픈 손가락'인 배터리 사업 살리기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배터리 자회사인 'SK온'의 상장 계획을 철회하고 윤활유 자회사인 'SK엔무브'와의 흡수합병을 택했다. 석유화학 업황의 둔화에도 안정적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SK엔무브와 결합해 재무 구조를 개선하고 내실 다지기에 나선다. 올해 총 8조원 규모의 선제적인 자본 확충도 추진한다.

 

◇ SK온-엔무브 합병법인 출범…상장 철회


SK이노베이션과 SK온, SK엔무브는 30일 각각 이사회를 열어 양사간 합병 안건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SK온이 SK엔무브를 흡수합병하고, 합병법인은 오는 11월 1일 공식 출범한다.

 

이로써 SK온의 상장은 무산됐다. SK온은 2026년 상장을 조건으로 재무적 투자자(FI)로부터 3조원대 자금을 유치한 바 있다.

 

장용호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은 "SK온과 FI의 주주간 계약은 해지돼 기업공개(IPO) 의무가 사라진다"고 밝혔다. 이어 "FI로부터 자금을 유치했을 땐 전기차 시장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있었으나 지금은 다르다"며 "캐즘이 장기화되고 이어 상장을 급히 진행하는 것보다 중장기 성장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배터리는 SK그룹의 신성장동력인 BBC(배터리·바이오·반도체) 중 하나다. 배터리 사업에 힘을 실어주고자 지난 2021년 10월 SK이노베이션은 SK온의 분사를 결정했다. 배터리 사업의 전문성을 가진 독립 회사를 출범시켜 본원적 경쟁력을 강화하고 전기차 시장에서 후발 주자의 이미지를 벗겠다는 목표였다.

 

SK온은 막대한 투자를 단행했다. 분사 후 무려 3년 만에 생산캐파도 40GWh에서 89GWh로 2배 이상 늘렸다. 외형 확장에 매진하며 20조원 이상 투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가 빠르게 둔화되며 설비투자는 재무 부담으로 돌아왔다. SK온은 올해 1분기 기준 부채비율은 251%에 달했다. 분사 이후 분기 흑자는 작년 3분기(영업이익 240억원)뿐이다.

 

재무 구조 개선이 시급한 과제로 제기되며 SK이노베이션은 상장 대신 알짜 회사인 SK엔무브와의 합병을 결정했다. SK온의 전기차·에너지저장장치(ESS) 배터리 사업과 SK엔무브의 액침냉각 기술·기유 및 윤활유 사업을 통합해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봤다. 신규 시장 진입과 사업 확대를 통해 오는 2030년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을 10조원 이상 창출하고, 부채비율은 100% 미만으로 낮춘다는 목표다.

 

SK온은 올해 자본 1조7000억원, EBITDA 8000억원의 즉각적인 재무구조 개선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된다. 사업 시너지를 통해 2030년에 2000억원 이상의 EBITDA 추가 창출로 나타날 것으로 SK이노베이션은 전망했다.

 

◇ SK엔무브와 시너지…연내 ESS 수주

 

SK온은 재무 건전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사업 경쟁력도 강화한다는 포부다. 이석희 SK온 사장은 "전기차 시장의 둔화가 오히려 사업을 재정비하고 체질을 개선할 기회"라며 "글로벌 생산거점의 안정화에 집중하며 탑티어 수준의 수율 달성하고 있으며 원가 구조 혁신을 통한 수익성 개선에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SK온은 자체 셀투팩(모듈을 생략해 더 많은 셀을 넣을 수 있는 기술)과 엔무브의 액침 냉각을 결합해 에너지밀도와 안전성을 모두 잡은 배터리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전기차 시장의 침체 속에 대안으로 떠오른 ESS 사업에도 집중한다. 화재 진압 솔루션을 비롯한 혁신 기술을 적용하며 미국 생산 거점을 활용해 연내 ESS 수주 열매를 맺는다는 포부다. 이 사장은 "2030년 배터리 밸류체인 아우르는 솔루션 프로바이더로 도약하겠다"며 "ESS 매출 비중을 20%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SK이노베이션은 올해 대규모 자본 확충도 추진한다. SK이노베이션의 제3자 유상증자 2조원과 영구채 발행 7000억원, SK온의 제3자 유상증자 2조원,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의 유상증자 3000억원 등 5조원의 자본 확충에 나선다. 추가로 SK이노베이션은 올 연말까지 3조원을 마련할 계획이다.

 

SK㈜는 SK이노베이션의 2조원 유상증자 관련 4000억원을 직접 출자하고, 다수의 금융기관이 참여한 1조6000억원의 제3자 유상증자에 대해 주가수익스와프(PRS) 계약을 체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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