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정예린 기자] 삼성, SK, LG 등 베트남에 거점을 둔 우리 기업들이 팜민찐 총리와 만나 정부 지원을 촉구했다.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부터 친환경 에너지까지 다양한 분야에 걸쳐 진출한 가운데 주요 투자국인 한국의 중요성을 강하게 어필했다.
5일 베트남 정부 공보(VGP)에 따르면 나기홍 삼성전자 베트남법인 법인장은 전날 오전 팜 총리 등 베트남 정부 고위 관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반도체와 AI 산업 발전이 각국의 국가 안보와 직결된 사안으로 인식되며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지원 정책이 마련되고 있다"며 "베트남 정부도 기업 친화적인 실질적인 인센티브 정책을 제공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베트남 정부가 최근 발표한 투자 지원 기금 관련 법령이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반영한 조치로 보이며, 해외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며 "이는 투자자 보호와 정부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중요한 신호"라고 덧붙였다.
베트남 정부는 지난 1월 투자 규모가 3조 동 이상인 반도체와 AI 산업 관련 연구개발(R&D) 초기 투자 비용의 최대 50%를 지원하는 내용을 담은 법령을 발표했다. 투자 결정 3년 내 1조 동 이상을 실제로 지출하면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지원 자금은 정부가 설립하고 운용하는 투자지원 기금에서 제공된다.
팜 총리는 이날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 35곳의 경영진과 만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양국 간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삼성전자 외 현대자동차, LG전자, SK이노베이션 E&S, 한화에너지, 롯데, 효성 등 주요 기업과 베트남 한국상공회의소 등에서 참석했다.
기업들은 이 자리에서 △정책 지원 확대 △수입-수출 절차 간소화 △물류 시스템 현대화 △수입세·부가가치세(VAT) 환급 등을 요청했다. 외국인직접투자(FDI) 관련 행정 절차 개선의 필요성 등도 강조했다. 특히 미국의 통상정책 변화 가능성을 제기하며 대응책 마련을 요구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으로 미국의 무역정책 변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기업들은 베트남이 미국의 새로운 관세 부과 대상국이 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전자, 자동차 부품, 섬유 산업 등 미국 수출 비중이 높은 분야에서 타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베트남 당국이 미국과의 통상 협력을 강화하고 기업들과 공동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중국을 대신해 베트남 생산거점의 역할을 확대하는 기업 늘어난 데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팜 총리는 "베트남과 미국은 상호 보완적이고 전략적인 경제 파트너"라며 "베트남은 또한 미국 당국, 부문 및 기업과 적극적이고 적극적으로 접촉해 경제 협력을 지속해왔으며, 향후에도 공정하고 합리적인 방식으로 어려움을 해결해 나갈 것"이라며 미국발 '관세 전쟁'을 둘러싼 우려를 일축했다.
또 팜 총리는 한국 기업이 베트남을 주요 공급망 거점기지로 삼고 현지 투자를 확대해줄 것을 요청했다. 특히 반도체, AI, 재생에너지, 디지털 금융, 스마트 제조 등 신산업 분야에서의 양국 간 협력을 도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기업들이 베트남을 발전 거점이자 중요한 연결고리로 삼고 투자와 사업을 확대하길 바란다"며 "기업들이 제기한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 부처와 지방정부가 신속하게 대응하고, 관련 내용을 공개적으로 공유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한국 기업의 작년 베트남 투자액은 전년 대비 38% 증가한 70억 달러를 기록했다. 누적 투자액은 920억 달러에 달한다. 현지 진출한 한국 기업은 1만여 곳으로, 90만 개 이상의 일자리 창출 효과를 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