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4차공판' 삼성 준법감시위 겨냥한 특검…"실효성 의문"

-"재벌체제 개혁 시행돼야…종합적인 양형 검토" 주문
- 재판부, 삼성 준법감시제도 점검 기구 설립 제안

 

[더구루=오소영 기자]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화살이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를 겨냥했다. 특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파기환송심 재판에서 재벌체제 개혁 없이 위원회 설립만으로 준법 경영이 이뤄질 수 없다고 지적했다. 준법감시제도만을 양형 사유로 판단하는 점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명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삼성의 준법감시제도를 살필 전문심리위원 설립을 제안했다. 이에 따라 준법감시위원회가 향후 이 부회장의 형량을 결정할 핵심 변수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재벌체제 개혁 없어" 특검, 삼성 준법위 '날 선 비판'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는 17일 오후 2시 이 부회장 등 삼성 관계자 5명에 대한 파기환송심 4차 공판을 진행했다.

 

특검은 이날 "재벌체제의 혁신 없는 준법감시제도의 도입은 한계가 분명하다"며 "오너의 변심에 따라 언제든지 유명무실한 기구로 전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국내의 대기업 구조가 다르다는 점도 꼬집었다. 특검은 "미국에는 삼성과 같은 거대 그룹이 없다"며 "미국 제도를 도입하는 게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이다"라고 지적했다. 향후 준법감시위원회의 위원 구성, 독립적인 운영이 가능한지 여부 등을 살펴 서면으로 의견을 제출할 계획이다.

 

앞서 이 부회장의 변호인단은 약 10분 넘게 프리젠테이션(PPT) 발표를 진행하며 준법감시위원회의 역할과 운영 방안 등을 설명했다. 특히 대외 후원에 대한 감시 강화를 언급했다. 유무형 지원을 모두 포함해 심의 대상을 확대하고 준법지원인의 참여 아래 법 준수 측면을 살피겠다는 내용이다.

 

변호인단은 "이 같은 제도가 정착되면 승마와 영재센터 후원금은 모두 10억원 이상으로 이사회 의결 사안이 된다"며 "관계사 내부 심의와 준법감시위원회의 검토, 이사회 의결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코어스포츠는 신규 후원 업체로 심의 대상이 된다"고 덧붙였다.

 

◇삼성 준법감시위, 양형 반영?

 

이날 공판에서는 삼성의 준법감시제도를 양형에 반영할지 여부를 놓고 재판부와 특검의 의견이 충돌했다.

 

특히 재판부는 이날 전문심리위원 구성을 제안했다. 재판부가 준법감시제도를 양형에 반영할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법원과 특검, 변호인단이 각각 1명씩 추천해 3명의 위원으로 독립 기구를 꾸리자는 것이다. 재판부는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을 후보자로 지명했다.

 

특검은 "위원회 구성에 협조할 수 없다"며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기존 재벌체제의 개혁이 이뤄지지 않은 채 꾸려진 준법감시위원회는 실효적으로 운영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준법 감시를 양형 사유로 보는 점도 우려했다. 특검은 "첫 공판 기일에서 준법감시제도 설립은 재판 진행 경과와 관계가 없다고 했는데 이제 달라졌다"며 "개별 현안은 양형 사유가 아니라고 하면서 준법 감시는 (어느 지점에서) 양형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는지 납득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특검은 준법 감시뿐 아니라 적극적인 뇌물, 재벌체제의 혁신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 특검은 "제대로 된 양형 심리를 해야 한다"며 "지배구조 재편과 준법감시제도 등을 살펴 양형 사유 어디에 해당하는지 보고 적극적 뇌물 제공 등 다른 사유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편 재판부는 이날 특검이 요청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증거인멸 등 다른 사건의 증거들은 채택하지 않기로 했다. 대법원의 파기환송 취지에 따르면 승계 작업의 일환으로 이뤄지는 개별 현안과 대가 관계를 입증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다. 

 

또한 증인 채택에 있어 손경식 CJ 회장은 철회됐다. 이 부회장의 변호인단이 손 회장의 증인 신청을 철회하면서 재판부도 증인 채택 결정을 취소했다. 변호인단은 김화진 서울대 교수와 웬델 윅스 미국 코닝 회장에 대한 증인 신청도 철회했다. 다만 재판부는 김 교수와 특검이 요청한 전성인 홍익대 교수에 대한 증인 채택 취소 여부는 이날 결정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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