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홍성일 기자] SK텔레콤이 투자한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앤트로픽(Anthropic)이 법원에 유니버설 뮤직그룹, 콩코드, ABKCO 등이 제기한 저작권 침해 소송 기각을 요청했다. 앤트로픽은 공정사용을 강조하며 저작권료 지불이 혁신을 가로막을 것이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앤트로픽은 최근 테네시주 중부지방법원(UNITED STATES DISTRICT COURT
MIDDLE DISTRICT OF TENNESSEE)에 유니버설 뮤직그룹 등이 제기한 예비 금지 명령 요청을 기각해달라고 요청했다.
요청서에서 앤트로픽은 "원고측이 회복 불가능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지만 이를 입증하지는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기업이 AI모델 개발에 사용한 자료에 대한 라이선스료를 지불해야 한다면 오늘날의 AI툴은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소송은 지난해 10월 18일(현지시간) 유니버설 뮤직그룹, ABKCO, 콩코드 등이 앤트로픽을 상대로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원고측 기업들은 앤트로픽이 클로드 AI를 학습 시키는 과정에서 저작권이 살아있는 노래 가사를 무단으로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그들은 앤트로픽이 비치보이즈 '갓 온니 노스', 롤링스톤즈 '김미 쉘터', 마크 론스과 브루노 마스의 '업타운 펑크', 비욘세의 '헤일로' 등 최소 500곡의 가사를 사용해 퍼블리셔의 권리를 침해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클로드가 '특정 주제에 대한 노래 가사를 써달라'는 요청에 특정 음악의 코드 진행, 특정 노래의 가사를 복사해 제공하기도 한다고 주장하며 금전적 손해배상은 물론 저작권 침해 행위를 중단하라는 명령을 내려줄 것을 요청했다.
앤트로픽은 지난해 11월 해당 재판이 테네시주가 아닌 캘리포니아주에서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대응을 시작했다. 앤트로픽은 이번에는 '공정 사용(fair use)' 카드를 꺼내들었다.
공정 사용은 저작권으로 보호되는 저작물을 저작권자의 허가없이 제한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개념이다. 미국에서는 비평, 논평, 뉴스보도, 학교수업, 학문, 연구 등과 같은 목적을 위해 저작권이 있는 저작물을 복제하거나 인용하는 경우 등을 공정 사용으로 인정하고 있다.
앤트로픽 측은 "앤트로픽의 AI모델이 기술적으로 향후 해당 노래의 가사를 출력하지 않게 훈련하기 위해 저작물을 사용하는 것은 전형적인 공정 사용에 해당한다"며 "기존 저작물에 새로운 것을 추가하는 등의 변형을 가했을 때도 공정 사용을 인정받는다. AI모델에 저작물을 사용하는 것도 변형의 정의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앤트로픽은 36쪽에 달하는 요청서를 통해 '저작권 침해로 피해를 입었다"는 주장에 근거를 명확하게 제시하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앤트로픽이 공정사용 카드 등을 꺼내놓으면서 이번 재판에 대한 관심도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 내에서 저작권 보호 강화와 공정사용 강화를 둘러싸고 정치적 대립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재판으로 AI모델 학습에 이용되는 데이터에 대해서 공정사용이 인정될 경우 향후 다른 저작권 침해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앤트로픽은 오픈AI 연구 부문 부사장 출신인 다리오 아모데이와 안전 및 정책 담당 부사장 출신인 다니엘라 아모데이 등이 지난 2021년 설립한 스타트업이다. 앤트로픽은 생성형AI 모델 클로드를 개발해 서비스하고 있으며 구글, 아마존 등에서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앤트로픽이 개발한 클로드는 정보를 처리, 출력 할 수 있는 양이 오픈AI의 챗GPT보다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지난 11월 출시된 클로드 2.1은 프롬프트창을 통해 전달할 수 있는 정보를 기존 버전보다 2배 늘려 20만 컨텍스트 토큰을 달성했다. 20만 컨텍스트 토큰은 15만 단어 혹은 500페이지 이상의 자료를 처리할 수 있는 양이다.
앤트로픽은 현재 150억 달러(약 20조원) 기업가치를 인정받아 7억5000만 달러(약 1조원)의 자금을 유치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