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정예린 기자] SK하이닉스가 적자에도 불구하고 내년 설비투자(케펙스) 규모를 확대한다. 업황 개선 시그널 힘입어 선제적인 투자를 단행, 생산능력을 확보하고 고대역폭메모리(HBM)과 DDR5 등 고부가 제품 판매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SK하이닉스는 26일 열린 올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매출 9조662억원, 영업손실 1조7920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적자 전환했지만 직전 분기와 비교해서는 손실폭을 38% 줄였다.
실적 개선 배경으로는 D램과 낸드플래시 판매량 증가를 꼽았다. D램은 인공지능(AI) 등 고성능 서버용 제품 판매 호조로 전분기 대비 출하량이 약 20% 늘었다. ASP는 약 10% 상승했다. 낸드도 고용량 모바일 제품과 SSD 중심으로 출하량이 늘었다.
특히 D램 평균판매가격(ASP) 상승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실제 올해 1분기 적자로 돌아섰던 D램 사업은 2개 분기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생성형 AI 붐과 함께 시황이 지속 호전될 것이라는 게 SK하이닉스의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전사 경영 실적 개선 추세를 이어가기 위해 전력을 쏟는다는 계획이다. 투자로 수요 증가에 대비하되 차세대 공정 전환에 우선순위를 두고 기술 경쟁력 확보에 주력한다. SK하이닉스는 올해 투자 규모를 작년(약 19조원) 대비 50% 이상 감축했었다.
김우현 SK하이닉스 부사장(CFO)은 "내년에는 D램 10나노 4세대(1a)와 5세대(1b) 중심 공정 전환과 HBM 생산능력 확보를 위한 TSV 투자가 최우선으로 고려되고 있다"며 "내년 케펙스는 올해보다 증가할 것이나 투자 효율성과 재무 건전성을 고려해 증가분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TSV는 D램 칩에 수천 개의 미세한 구멍을 뚫어 상층과 하층 칩의 구멍을 수직으로 관통하는 전극으로 연결하는 첨단 패키징(Advanced Packaging) 기술이다.
SK하이닉스는 내년 상반기 중 D램 재고 수준이 정상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낸드 감산 기조는 유지할 예정이다. 김 부사장은 "감산 원복은 재고 수준과 시장 상황에 맞춰 점진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라며 "D램보다는 낸드의 업계 재고 수준이 높은 상황임을 고려할 때 낸드의 보수적 생산 기조는 당분간 유지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SK하이닉스는 일본 키옥시아와 미국 웨스턴디지털의 합병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키옥시아 최대 주주는 베인캐피탈 등이 참여한 한미일 연합 컨소시엄으로, 지분 약 15%를 보유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018년 이 컨소시엄에 약 4조원을 투자했다. SK하이닉스 동의를 받아내지 못하면 키옥시아와 웨스턴디지털 간 합병은 사실상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