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허브로 발돋움하는 홍콩] (하) 상처 입은 한국 가상자산 산업…대응 방안은?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본회의 통과
정쟁으로 암호화폐 투기성 부각 우려

 

[더구루=홍성일 기자] 홍콩이 빠르게 가상자산 시장에서 치고 나가고 있는 사이 한때 미국에 이어 가장 영향력 있던 시장을 자랑하던 한국은 주춤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은 그동안 가상자산 시장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국가 중 하나로 분류됐다. 가상화폐 데이터 플랫폼 코인힐스의 자료에 따르면 비트코인 거래통화 1위가 달러 2위가 원화였다. 금융정보분석원에 따르면 2022년 한국 가상자산 산업 시장은 40조원 규모에 달할 정도였다. 

 

하지만 한국 가상자산 시장은 지난해 루나·테라 사태와 FTX 파산에 큰 피해를 입었다. 테라 사태로 600억 달러가 한순간에 증발한 가운데 한국에서만 20만명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고 FTX 파산 여파도 가장 크게 입은 곳이 한국이라는 분석이 나왔었다. 

 

가상자산 투자자들의 피해가 커지면서 해당 산업에 대한 정부의 입장도 점차 부정적으로 바꼈다는 분석이 이어졌다. 실제로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 약속했던 친 가상자산 산업 정책들도 실현되지 못하게 됐다. 

 

그리고 이런 분위기의 변화는 가상자산 규제안의 등장을 지연시키는 이유가 되기도 했다.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도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불공정거래 행위 규제 등에 초점이 맞춰졌으며 진흥보다는 법적 테두리 안에 가상자산 산업을 넣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또한 김남국 의원의 코인 투자 논란으로 여야의 정쟁의 주제로 떠오르기도 하면서 실제로 이달 20일 예정이던 국회 가상자산 청문회도 기약없이 연기됐다. 여야는 가상자산 청문회를 통해 김남국 의원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아들의 논란을 다룰 예정이었지만 민주당의 '민주 유공자법' 단독 통과로 갈등이 심화되면서 무기한 연기됐다. 

 

이런 논쟁의 문제는 가상자산의 투기성이 부각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이다. 분명 지금까지 한국에서 가상자산 시장이 투기적 성격을 가졌던 것은 사실이나 미래 산업적인 측면에서 다른 부분이 부각되지 못하는 상황에 산업 발전이 더뎌질 수 있는 것이다. 

 

특히 블록체인 분야에서 가장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게임 산업의 경우에도 한국에서는 사업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웹3 게임의 특징인 NFT를 통해 캐릭터와 아이템의 유저 소유권 인정이 안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2006년 바다이야기 사태를 계기로 게임에 대한 강력한 사행성 규제(게임법)를 만들었으며 이로인해 현재 게임 내 캐릭터와 아이템은 게임사가 소유권을 가지고 유저가 사용권을 가지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즉 유저가 게임 아이템을 소유할 수 없기 때문에 블록체인 게임이 출시될 수 없는 상황이다. 

 

홍콩뿐 아니라 두바이도 가상자산규제당국(VARA)를 설립하는 등 가상자산, 블록체인 시장에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시점에서 한국도 산업적 측면에서 발전가능성을 탐색하고 산업을 육성하는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이용자보호법이 국회를 통과하는 등 수년간 지체되어 왔던 가상자산 법제화 흐름이 빨라지는 것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며 "다만 현재는 법제화 초기인 관계로 가상자산 사업자의 투자자 보호에 무게가 실려있다"고 말했다.

 

이어 "법제화가 빨리 이뤄져야하며 특히 투기적 이미지에 가려져 있던 가상자산 산업의 미래가치 역시 논의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다른 업계관계자는 "블록체인 산업의 장기적 관점이 필요하다. 진흥과 규제가 함께 가야한다"며 "현재의 흐름은 막는다고 막을 수 있는 성질의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의 흐름이 지속된다면 홍콩과 두바이 등에 인재 유출은 물론 프로젝트 유출로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것도 힘들 것"이라며 "선물거래 등도 막혀 있어 국부도 유출되고 있다. 자유로운 사업을 보장하면서 그에 걸맞는 명확한 규제책을 마련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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