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오소영 기자] HD한국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이 액화천연가스(LNG)선 인도에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한국카본의 생산시설 화재로 말미암아 보냉재 조달에 어려움을 겪어서다. 당장은 재고를 소진해 버틸 수 있다지만 이마저도 소진됐을 경우, 그동안 확보한 수주를 적기에 소화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는 분석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은 LNG 운반선 납기 일정을 늦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1일 경남 밀양시에 위치한 한국카본 2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재 수급이 원활하지 않을 것으로 우려돼서다.
HD한국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은 한국카본으로부터 LNG 화물창용 보냉재를 공급받고 있다. 보냉재는 온도를 차갑게 유지하는 단열재다. 영하 162도의 초저온 물질인 LNG를 배로 운송하기 위해 필요하다.
한국카본은 동성화인텍과 글로벌 보냉재 시장의 양대 주자다. 특히 HD한국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이 주력으로 미는 멤브레인형 화물창 '마크 III(MARK III)'에 특화된 보냉재를 생산한다. 이번 화재로 한국카본 전체 생산량의 약 25%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추정된다.
HD한국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은 사고 직후 선주들에 화재 사실을 알렸다. 한국카본의 재고 물량을 활용할 수 있어 당장 피해는 없을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완제품 재고를 소진해 순차적으로 (발주에) 대응할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달 말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상반기까지 생산 차질이 없다고 밝혔었다. 다만 하반기 상황은 장담하지 못했다.
한국카본의 화재는 HD한국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의 수주 질주에 돌발 변수다. 한국카본이 얼마나 빨리 생산량을 회복하느냐에 따라 양사의 향후 LNG선 인도 실적이 좌우될 것으로 관측된다.
영국의 조선·해운시황 전문기관인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발주된 LNG선 165만CGT·19척 중 148만CGT·17척(90%)을 한국 조선업계가 싹쓸이했다. 척수 기준 HD한국조선해양이 10척, 삼성중공업이 4척을 따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