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한아름 기자] G마켓 창업자인 구영배 큐텐(Qoo10) 사장이 국내 1세대 이커머스(전자상거래) 플랫폼 티몬, 인터파크커머스에 이어 위메프를 품에 안았다. 단숨에 큐텐이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지각변동'의 핵으로 떠오르며 업계 4위로 올라섰다. 일각에선 티몬처럼 적자에 허덕이는 위메프도 적자 문턱에서 기사회생할 것이란 기대감도 적지않다.
구 사장은 2000년대 초 사내 벤처로 시작한 G마켓을 국내 시장 점유율 1위로 만들고, 2009년 글로벌 이커머스 공룡 이베이에 매각한 '성공 신화'의 주역이다. 큐텐은 이후 구 사장이 2010년 싱가포르에서 이베이와 합작회사 형태로 만든 지오시스로부터 탄생한 플랫폼이다. 동남아에서 큐텐을 키워 오다 지난해 티몬 인수를 시작으로 국내 시장에 귀환하면서 '구영배 매직'의 신호탄을 쐈다.
단박에 인수 반년만에 티몬은 성장세에 올라탔다. 지난 1분기 거래액이 전년 동기 대비 60% 가까이 상승했다. 큐텐의 글로벌 인프라를 적극 활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12일 티몬에 따르면 올해 3월 티몬의 해외 직구 거래액은 큐텐 인수 이전인 6개월 전(2022년 9월)과 비교해 55.9% 급증했다. △가전·디지털 143% △식품·건강식품 48% 증가하며 구매액 기준 기존 1위 품목이던 패션상품을 제치고 각각 직구 매출 1,2위 상품군으로 떠올랐다. △출산·유아동 품목도 94% 상승하며 전체 직구액 증가에 기여했다.
티몬은 디지털 직구가 늘면서 남성고객층도 증가한 것으로 분석했다. 6개월 만에 남성 고객의 가전·디지털 직구 규모는 3배(198%) 늘었으며, 이들의 해외직구 거래액은 2배(98%) 급증했다. 또 남성 고객의 직구 거래액 비중이 60% 가량으로 여성고객을 추월했다.
티몬은 디지털기기 직구가 인기를 끄는 이유로는 가격경쟁력과 빠르고 안전한 배송을 꼽았다. 큐텐의 해외셀러가 직접 상품을 등록하기 때문에 중간 유통단계를 거치지 않아 기존 직구 상품 대비 가격경쟁력이 높다는 설명이다. 또 11개국 19개 거점에 걸친 큐익스프레스의 글로벌 물류 기반으로 배송기간을 3일 이상 단축해 배송 경쟁력을 높인 것도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해외 산지와 직접 연계한 기획 상품도 인기다. 대표적으로 '티멍패드'는 티몬이 상품을 기획해 해외 생산자에게 직접 발주하고, 큐익스프레스와 협업해 유통단계를 단축하며 가격을 20%이상 낮췄다. 그 결과 오픈 첫날 초도물량의 70% 이상을 판매하는 등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시장의 관전포인트는 실적 악화에 시름하는 위메프의 재무개선이다.
위메프는 매출 정체와 지속된 적자에도 뚜렷한 전략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위메프의 실적은 ▲2020년 매출 3853억원 영업손실 542억원 ▲2021년 매출 2448억원 영업손실 338억원 등이다. 지난해 실적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이런 위메프를 큐텐이 인수한 이유는 외형 확장을 위함으로 분석된다. 티몬, 인터파크커머스, 위메프를 보유한 큐텐의 시장 점유율은 10%에 육박하게 된다. 큐텐은 물류 자회사 큐익스프레스를 통해 미국 나스닥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큐텐은 몸집을 키워 그룹사 간 시너지를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위메프에 새로운 성장동력을 더하고 티몬, 인터파크커머스 등 계열사 간 유기적인 결합을 강화해 큐텐의 글로벌 커머스 역량과 인프라를 바탕으로 '글로벌 이커머스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다.국내 이커머스 이용자에게는 큐텐이 해외에서 직접 소싱한 상품을 빠르게 전달하고 국내 판매자들에게는 큐텐이 서비스하는 전 세계 24개국 소비자들을 연결한다는 것.
위메프 새 대표에는 김효종 큐텐 경영지원본부장이 선임됐다. 김 신임 대표는 구영배 큐텐 대표와 지마켓 시절부터 함께해 두터운 신임을 받는 인물이다. 티몬 역시 큐텐에 인수된 후 구 대표의 최측근인 류광진 대표가 선임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