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오소영 기자] 캐나다가 전 세계 주요 배터리 광물의 공급처로 떠오르고 있다. 풍부한 매장량과 현지 정부의 지원, 미국과 인접한 지리적 강점을 바탕으로 중국을 대체할 공급망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8일 코트라 밴쿠버무역관과 시장조사기관 블룸버그NEF(BNEF)에 따르면 캐나다는 글로벌 배터리 공급망 평가에서 2위를 차지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원자재 공급·가용성 3위 △산업·혁신·인프라 4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6위 △배터리 제조 8위 △다운스트림 현지 수요 10위를 기록했다. 다운스트림 현지 수요를 제외하고 네 부문에서 모두 전년 대비 순위가 올랐다.
캐나다가 배터리 공급망 강자로 부상한 이유는 풍부한 광물 매장량에 있다. 캐나다는 약 60가지 이상의 광물자원과 200여 개 광산, 6,500여 개 채석장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배터리 원재료인 리튬과 코발트, 니켈은 각각 53만t, 22만t, 16만7000t으로 전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많다. 희토류는 83만t(9위), 흑연은 1만2000t(10위)을 보유한다.
리튬의 경우 2019년까지 생산이 제한적이었다. 2020년에도 전혀 생산되지 않았지만 전기차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며 탐사 프로젝트가 다수 진행되고 있다. 퀘벡주는 예상매장량(PPR)이 8634만t에 달한다.
캐나다 정부의 지원도 순위 상승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현지 정부는 유망한 광산에 대한 투자와 광물 생산, 배터리 재활용 등을 지원하고자 '혁신, 과학·경제 개발 캐나다(Innovation, Science and Economic Development Canada) 펀드'를 조성했다. 2020년 12월부터 5년 동안 탈탄소 기술 개발에 투자하는 30억 캐나다 달러(약 2조8200억원) 규모의 넷제로 엑셀러레이터, 지난해 신설된 청정연료기금 등 다양한 지원책이 있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쟁력도 무시할 수 없다. 캐나다는 수력발전소에서 생산한 전력을 활용해 알루미늄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폐배터리 처리와 재활용 솔루션 개발에도 앞장서고 있다. 이러한 노력을 인정받아 ESG 부문에서 6위를 차지했다. 전체 평가에서 선두였던 중국(17위)보다 월등히 높다.
미국과 인접해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고 충분한 수요를 확보한 점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더욱이 미국은 작년 9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발효했다. 배터리 핵심 원재료의 40%를 미국이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조달해야 해 캐나다산 광물의 수요가 증가할 전망이다.
신북미자유협정(USMCA)도 2025년 7월 발효된다. USMCA는 전기차 부품의 75% 이상을 북미에서 생산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공급망과 친환경 정책, 공장 가동 비용 등을 고려할 때 전기차 업체들이 미국의 대안으로 캐나다를 택할 가능성이 높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중요 광물 수요는 2040년까지 2배 뛸 것으로 예상된다. 파리 기후 공약의 이행 노력에 따라 4배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한국은 급증할 수요를 충족하고 IRA에 대응하고자 캐나다를 주목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작년 9월 23일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배터리 핵심 광물의 협력 강화에 합의했다. 당시 한국과 캐나다 기업·정부기관 간 4건의 양해각서(MOU)가 체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