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정등용 기자] 이은형 하나금융그룹 글로벌 총괄 부회장이 그동안 겸임해왔던 하나증권 대표이사 사장 자리에서 물러나 3인 트로이카 체제를 맞이하게 됐다. 박성호 하나은행장과 강성묵 하나증권 사장이 하나금융 부회장직을 맡게 되면서다. 다만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의 신뢰가 굳건한 만큼 향후 행보에도 큰 걸림돌은 없을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처럼 이 부회장에 대한 그룹 내 신임이 높아진 데에는 그동안 보여준 경영 실적이 자리하고 있다. 특히 이 부회장이 ‘글로벌 통’으로 평가 받는 만큼 이와 관련한 사업 실적이 눈에 띄게 성장한 모습이다.
하나금융그룹의 지난 2021년 글로벌 부문 순익은 6871억 원으로 전년 대비 23.6% 증가했다. 이 부회장이 대표이사 사장으로 있었던 하나증권도 지난 2021년 5066억 원의 순이익을 거두면서 역대 최고 실적을 갈아치웠다.
그동안 보여줬던 성과가 컸던 만큼 남은 임기 동안 보여줘야 할 퍼포먼스에 대한 부담감도 높아졌다. 함 회장이 취임 당시 강조한 ‘글로벌 리딩그룹 위상 강화’도 이 회장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비즈니스 확대란 중책을 맡은 이 부회장이 어떤 사업 성과를 낼지 관심사다.
◇그룹-비은행 가교 역할 ‘톡톡’
이 부회장은 취임 직후부터 글로벌 비즈니스 확대에 중점을 두는 동시에 그룹 수익 다각화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중장기 글로벌 투자와 디지털 플랫폼 연계를 통해 새로운 수익 구조 창출을 모색하고 있다.
이와 관련한 해외 사업 부문에선 어느 정도 성과가 나오고 있다. 지난 2021년 중국 플랫폼 연계대출 등을 통한 이자순익은 1337억원으로 전년 대비 21.7% 증가했다. 베트남 등 전략적 투자에 따른 지분순익도 1370억원으로 전년 대비 104.8% 증가했다.
또한 이 부회장은 지난 2021년 7월 싱가포르 자산운용사 하나 에셋 매니지먼트 아시아(Hana Asset Management Asia, HAMA)를 설립하기도 했다. 이는 향후 글로벌 부문에서 하나캐피탈, 하나카드 등 비은행 계열사들과의 시너지를 거두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 부회장은 글로벌 사업 부문 성과를 바탕으로 그룹과 비은행 간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그룹의 글로벌 관련 조직을 확대하고 관계사와의 협업·시너지를 강조해 글로벌 비즈니스 확대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것이다.
이 부회장은 글로벌 경험과 노하우를 그룹 글로벌 사업에 심는 동시에 하나증권을 비롯한 비은행 계열사에도 전파해 글로벌 비즈니스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궁극적으로는 하나증권, 하나캐피탈, 하나카드 등 비은행 계열사와 시너지를 완성하는 그림이다.

◇베트남 등 글로벌 사업 강화 ‘박차’
지난 2021년 3월 하나증권 대표로 부임한 이 부회장은 재임 시절 글로벌 수익 확대에 힘을 쏟았다. 대표적인 것이 베트남 시장 공략이다. 자기자본 5조원 이상의 대형 증권사 중 베트남 현지 법인이 없는 곳은 하나증권과 삼성증권 두 곳이다.
이 부회장은 현지 합작이나 중소 증권사 인수로 베트남 사업을 시작한 다른 대형 증권사와 달리 중견 증권사 지분 투자를 통해 경영에 참여하는 모델을 선택했다. 이후 하나증권은 작년 3월 베트남투자개발은행증권(BSC증권)과 지분 인수 계약을 체결,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참여를 통해 6573만주를 약 1500억원에 매입하고 지분 35%를 확보했다.
이 부회장은 작년 8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하나증권과 BSC증권 간 MOU 체결식에서 “이번 협력 체결의 핵심은 양사가 디지털 전환과 사업 확장에 주력해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협력 매커니즘을 쌓기 위해 긴밀히 협력하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 부회장은 하나증권이 그동안 해외에서 집중해 온 대체투자 뿐만 아니라 인수금융, 기업공개(IPO) 분야에서도 입지를 넓히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전개한 바 있다. 실제로 하나증권은 작년 3월 영국 부동산 재벌 등과 컨소시엄을 꾸리고 영국 프리미어리그(EPL) 프로축구 클럽인 첼시 인수전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특히 IB 부문 강화를 위해 작년 관련 조직의 개편 작업을 진행했다. 자본시장본부 내 위치한 IPO실을 별도 본부인 사업단으로 승격하고 사업단 아래 IPO1실과 2실 등 전담부서를 신설했다. 작년엔 조직별 전문성 강화 차원에서 IPO3실을 출범시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