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한아름 기자] 미국 정부가 담배의 니코틴 함량을 대폭 줄이는 방안에 칼을 빼든다. 먼저 담배 기업과 각종 규제 단체의 의견을 듣고 구체적인 규정을 만들겠단 계획이다. 다만 실행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식품의약국(FDA)는 담배 속 니코틴 함량을 최소화하거나 중독성이 없는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는 규정을 곧 발표한다.
로버트 캘리프 FDA 국장은 성명을 통해 "담배 속 니코틴은 강력한 중독성을 유발한다"며 "이번 규정은 담배의 중독성을 낮춰 사망 위험을 사전에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방안은 올해 초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향후 25년간 암 사망률을 절반으로 낮추겠다고 발표한 계획에 따른 것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현지서 매년 약 48만 명이 흡연과 관련된 질환으로 사망하며 미국 성인의 13.7%가 흡연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니코틴은 담배 중독성을 야기해 암이나 심장병, 뇌졸중, 폐질환, 당뇨병 등의 질환을 유발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
FDA의 움직임에 담배 규제 단체들은 공중 보건이 향상될 것이라며 찬성 의견을 보였다. 다만 FDA가 구체적인 규정을 발표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FDA는 그동안 담배 속 니코틴 농도를 줄이는 것을 찬성해왔지만 과거 버락 오바마 행정부를 포함해 상층부의 지원을 얻지 못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당시 스콧 고틀립 FDA 국장도 니코틴 감축을 추진했으나 백악관의 전폭적 지지를 받지 못했다. 결국 2019년 고틀립 전 국장이 퇴임하면서 일단락됐다.
게다가 관련 방안을 구체화하는 데 최소 1년이 걸리는 데다 담배 업체와 규제 단체 등 각계 의견을 듣는 과정도 필요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담배 기업들이 FDA의 움직임에 강력하게 반발하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한편, 2009년 가족 흡연예방 및 담배통제법은 FDA가 담배 속 니코틴을 규제해 중독성을 낮추는 권한을 부여했지만 담배 판매 자체를 금지하거나 니코틴을 제로(0)로 만들진 못하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