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운명 내달 결정…특검 9년 구형

특검 "양형 구간 중간형 이상 선고해야"vs변호인 "집행유예 타당"
李, 이건희 영결식 언급하며 울컥…최고 준법 약속

 

[더구루=오소영 기자] 특검이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징역 9년을 구형했다. 이 부회장 측 변호인단은 수동적 지원과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설치를 고려해야 한다며 집행유예가 타당하다고 맞섰다.

 

양측이 마지막 공판까지 첨예한 다툼을 보인 가운데 내년 1월 18일 최종 선고가 이뤄질 전망이다. 

 

◇특검 "법치주의 따른 판결 해달라"

 

특검은 30일 오후 2시 5분 서울고등법원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 송영승 강상욱) 심리로 열린 이 부회장 등의 파기환송심 결심 공판에서 이 부회장에게 징역 9년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과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 부회장,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에게 각 징역 7년,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에게는 징역 5년이 구형됐다.

 

특검은 "양형 기준이 적용되는 업무상 횡령, 뇌물 공여, 위증과 관련 양형 인자 중 가중 요소는 11개, 감경 요소는 최대 3개다"라며 "이를 고려해 양형 구간의 중간형 이상 혹은 그에 가까운 형을 선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검은 이 부회장의 양형 구간을 징역 5년~16년5월, 남은 4인은 징역 5년~15년9월로 판단했었다.

 

특검은 감경 요소로 진지한 반성의 전제 조건인 준법감시제도에 대해 "전문심리위원 3인은 다수 항목에서 부정적 평가를 내렸다"고 "단순히 새로운 준법감시제도를 마련했다는 사실 이상의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특검은 "사회 지도층에 대한 견제 장치, 그들의 권한 남용을 억제할 기관이 없다면 민주주의의 근간은 유지될 수 없다"는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의 말을 인용했다. 특검은 "피고인의 지위, 경제적 공헌 등이 형사법 집행을 방해하는 방패막이 되어선 안 된다"며 "헌법과 법률에 따라 판단해달라"고 밝혔다.

 

◇李 부회장 측 "수동적 지원·준법감시위원회 설치" 호소

 

이 부회장 측 변호인단은 "뇌물 혐의의 권고형은 징역 2~3년이고, 횡령 혐의는 징역 2년6월~5년"이라며 "양형 기준에 의해도 이 사건엔 집행유예가 가능하다"고 반박했다.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적극적 요구에 따른 수동적 지원을 양형에 참고해달라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박 전 대통령의 직권 남용은 대법원 판결과 헌법재판소 탄핵 결정에서 확정됐다"며 "피고인은 최고 권력자로부터 질책을 받자 그제야 지원을 추진했고 이로 인한 경제적 이득은 최서원과 그 하수인들만 얻었을 뿐 박 전 대통령과 삼성이 얻은 이익은 없다"고 밝혔다.

 

양형에 반영될 준법감시제도의 평가에 대해서도 "삼성의 비판적인 인사가 준법감시위원회에서 삼성의 여러 활동에 대한 준법 통제를 한다는 건 획기적인 변화"라며 "특검의 주장처럼 형식적이고 보여주기 윈한 장치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양형에 참작할 사유로 △1년이 넘는 이 부회장의 수감 생활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된 다른 기업들과의 형평성 △뇌물죄 등에 대한 대법관 3인의 반대 의견을 들었다.

 

변호인단은 "피고인들은 절실히 반성하고 성찰의 시간을 가졌으며 신뢰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맡은 소임을 다해 국가 발전에 기여하는 것으로 잘못을 만회할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이건희 영결식 언급…"새 삼성으로 효도하겠다"

 

이 부회장은 이날 양측의 변론이 끝난 후 최후진술을 했다. 이 부회장은 "오늘 저는 참회하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다짐 또 다짐하며 이 자리에 섰다"며 말 문을 열었다.

 

그는 "2014년 5월 이건희 회장이 갑자기 쓰러져 경황이 없던 중 당시 박근혜 대통령과 독대 자리가 있었는데 지금 같으면 결단코 그렇게 대처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모든 게 제 불찰, 제 잘못, 제 책임"이라고 토로했다.

 

이 부회장은 "선진 기업을 벤치마킹하고, 불철주야로 연구개발에만 몰두하고 최선을 다해 회사를 키우는 게 전부라고 생각했는데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며 "모두가 철저하게 준밥감시 틀 안에 있는 회사로 만들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아니 준법을 넘어 최고 수준 투명성과 도덕성 갖춘 회사로 만들겠다. 제가 책임지고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고(故) 이건희 회장의 영결식에 대한 일화를 꺼내며 울먹였다. 그는 "회장님의 친구분께서 추모사를 하셨는데 제게 '승어부(勝於父)'라는 말씀을 해주셨다"라며 "회사를 선대보다 더 크고 강하게 키우는 게 최고의 효도라는 가르침인데, 그 말이 아직도 강하게 맴돌고 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저의 정신 자세와 회사 문화를 바꾸고 제도를 보완해 외부에서는 부정한 압력이 들어와도 거부할 수 있는 준법감시제도를 만들겠다"며 "아들로서 국격에 맞는 새로운 삼성을 만들어 너무나도 존경하고 또 존경하는 아버님께 효도하고 싶다"며 떨리는 목소리로 진술을 끝맺었다.

 

한편, 재판부는 내달 18일을 파기환송심 선고기일로 지정했다. 이 부회장은 박 전 대통령과 최서원씨에게 경영권 승계를 도와달라고 청탁하고 그 대가로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재판을 받아왔다. 1심에서 징역 5년의 실형에 처했으나 2심이 이를 뒤집어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이 선고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약 50억원을 뇌물액으로 추가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로 원심을 파기해 서울고법으로 사건을 돌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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