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오소영 기자] 유럽 완성차 업체들이 아시아 배터리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움직임을 본격화한다. 자국 배터리 산업을 육성하려는 정부 기조에 따른 것으로 국내 배터리사들의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프랑스 르노는 "전기차 생산량이 늘어나면서 유럽 업체로부터 배터리 셀을 공급받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푸조 시트로엥(PSA) 그룹은 유럽연합(EU) 차원의 배터리 제조사 투자에 지지를 표명했다.
이같은 움직임은 비(非)유럽산 배터리 공급을 점차 줄이려는 정부의 정책 방향과 맞닿아 있다. 자동차 산업 관련 일자리를 보호하고 외국계 기업 의존도를 줄이려는 의도다.
유럽은 정부 주도하에 배터리 양산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최근 세계자동차산업연합회(OICA) 연설에서 7억 유로(약 8800억원) 상당의 투자 계획을 밝혔다. 현지에 배터리 제조공장도 짓는다.
마크롱 대통령은 "독일과 프랑스에 각각 1개의 배터리 공장이 들어설 것"이라며 "자주권과 독립성을 고려할 때 유럽 완성차 업체들이 비(非)유럽 국가들에게 배터리를 100% 공급받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앞서 독일 정부도 장기 계획을 발표했다. 피터 알트마이어 독일 경제부 장관은 작년 11월 베를린에서 열린 '일렉트로 모빌리티 컨퍼런스 2018'에서 "2030년까지 유럽의 배터리 시장 점유율을 30%까지 늘리는 것을 목표로 10억 유로(약 1조3000억원)를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기가와트(Ghw)급 리튬 이온 배터리 셀 라인 건설을 지원하고 2021년 첫 양산라인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정부의 공격적인 투자 행보에 완성차 업체들이 동조하며 국내 배터리사들의 입지는 좁아질 전망이다. 국내 배터리사들은 매출의 상당 부분을 유럽에 의존하고 있다. LG화학은 폭스바겐, 아우디, 르노 등에 삼성SDI는 폭스바겐, BMW 등에 배터리를 납품한다.
유럽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는 가파르다. 지난해 유럽의 전기차 판매량은 38만6000대로 전년 대비 33% 증가했다. 순수전기차(BEV) 판매 비중은 작년 12월에만 66% 가량 뛰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