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준법위 평가 '3인3색'…결심공판 연기

준법위 독립성·준법감시 의지 높게 평가
총수 준법감시 예방·핵심 사안 감시 부족
특검 "쌍방 의견 들을 기회달라"…30일 결심공판

 

[더구루=오소영 기자] 삼성의 준법감시제도를 살핀 전문심리위원단의 평가가 엇갈렸다. 준법감시위원회(이하 준법위)의 독립성과 준법지원인의 역할 확대를 긍정적으로 본 반면 총수 비리를 예방하는 데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한편, 재판부는 오는 21일 전문심리위원단의 발표에 대한 특검과 변호인단의 의견을 듣기로 했다. 21일 예정됐던 결심 공판은 30일로 미뤄졌다.

 

◇강일원 전 재판관 "준법감시 발전 긍정적…한계 분명"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정준영)는 7일 오후 2시 5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의 파기환송심 8차 공판을 열었다. 이날 재판에서는 삼성의 준법 감시 제도를 점검한 전문심리위원단 3인이 참석해 각각 의견을 진술했다.

 

재판부가 지정한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은 "준법감시제도의 위상과 독립성이 강화되고 관련 인력을 보강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신분 노출의 위험 없이 제보할 수 있는 시스템도 갖췄다"고 평가했다.

 

다만 "감시 활동이 대외 후원금, 내부거래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며 "새로 발생할 위험을 정의하고 선제적인 예방 활동을 하는 데에는 이르지 못했다"는 의견을 냈다.

 

그는 "준법위 조직과 관계사들의 지원, 회사 내 준법문화와 여론의 관심 등을 지켜본다면 지속가능성이 현재로서는 매우 긍정적"이라고 판단하면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사건 등에 대한 조치가 소극적인 점은 아쉬운 부분으로 지적했다. 관계사 탈퇴가 자유롭고 준법위의 의견을 관계사가 거부할 시 강제할 방안이 없는 것도 한계로 지적했다.

 

◇"실효성 미흡"VS"준법 감시 진일보"

 

특검과 이 부회장 측이 추천한 전문심리위원은 상반된 의견을 냈다. 특검이 추천한 홍순탁 회계사는 "16개 점검 항목 중 13개가 미흡했고 나머지도 부분적으로 마찬가지"라며 "준법감시제도가 실효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사실 조사부터 대책 마련까지 임직원에 적용되는 준법 감시 절차가 총수에게 적용되지 않고 △핵심 사안에 대한 모니터링 체계가 마련되지 않았으며 △삼성증권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일부 계열사가 준법위에 포함되지 않은 사실을 근거로 들었다.

 

점검의 어려움도 지적했다. 홍 회계사는 "요청한 자료를 받아 점검 목록을 만들기 전에 현장 방문이 이뤄졌다"며 "방문도 개별 관계사와 준법위에 한정해 10시간 이내로 진행됐다"고 강조했다.

 

반면, 이 부회장 측이 추천한 김경수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현장을 가본 결과 많은 인상을 남겼다"며 "준법위의 출범 이후 삼성 준법 체계에 구조적인 변화가 있었다"고 진술했다.

 

그는 "외부에 독립된 별도 조직으로 위원회를 만들어 총수의 준법 감시에 특화된 조직으로 역할을 부여하고 위원회 출범과 함께 관계사 준법지원인의 위상과 역할도 강화됐다"며 "준법 감시가 사회적 관심 사안이 되면서 위원들도 무거운 책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전문심리위원단은 의견 진술 이후 특검과 변호인단, 재판부가 던진 질문에 대해 추가 의견을 냈다. 세 위원은 '준법위의 감시는 법원의 판결이 나온 다음에 이뤄져야 하는가?'에 대한 재판부의 질문에 "판결 이전에 준법위에서 조사에 착수할 권한이 있다"고 판단했다.

 

장기간 수사에도 불구하고 의견이 갈리는 삼성 합병에 대해 준법위의 자체 조사가 가능한지를 묻는 변호인단의 질문에는 홍 회계사와 김 변호사가 견해 차이를 보였다. 홍 회계사는 "승계 관련 마스터플랜, 이면계약 등의 문건들이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고 답한 반면 김 변호사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변호인 '응석받이' 비유에 특검 '고성 항의'

 

재판부는 이날 최종 변론기일을 오는 30일로 연기했다. 재판부는 지난달 30일 공판에서 오는 21일을 최종 변론기일로 정했으나 이날 특검의 요청에 따라 일정을 변경했다.

 

특검은 20일 전문심리위원단의 보고서에 대한 특검과 변호인의 의견을 듣고 이후 결심공판을 진행할지 여부를 결정해달라고 요구했다. 최종 변론기일을 정해놓지 말고 양측 의견을 들은 후 삼성의 준법감시제도에 대한 재점검이 필요한지 판단한 다음 기일을 잡자는 주장이다.

 

재판부가 특검의 요구를 받아들이자 변호인단은 강력히 반발했다. 변호인 측은 "21일에 종결하겠다고 오래전부터 말씀하셨고 의견 진술은 양측에 40분 정도 주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며 "(재판부가) 어린아이 응석을 받아주듯이 하셔 기일이 연기된 게 아닌지 몹시 실망스럽다"고 언성을 높였다. 변호인의 비유에 강백신 부장검사는 고성을 지르며 항의했고 재판부가 중재에 나섰다.

 

특검은 재판부와도 언쟁을 벌였다. 변호인단이 전문심리위언단의 보고서에 대한 의견을 내는 과정에서 삼성의 준법감시 활동을 설명하자 이복현 부장검사는 "(보고서에 관한) 이건 질문이 아니지 않느냐"며 말을 끊었다. 재판부는 "이복현 검사께서 전문심리위원 관련 절차가 마치 불공정하게 진행되는 인상을 준다"고 꼬집었고 이 검사는 "재판부가 예단을 가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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