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김예지 기자] 기아가 브라질 시장에서 전기차 브랜드 정체성인 'EV 시리즈' 상표권 수호에 나섰다. 이미 당국에 등록을 마친 'EV2'와 'EV3' 명칭을 무단으로 사용하며 시장 공세에 나선 중국계 제조사와 현지 수입사를 상대로 강력한 제동을 건 것이다. 기아의 강경 대응에 현지 업체가 즉각 명칭 변경을 결정하면서, 기아는 잠재적인 브랜드 가치 훼손 위험을 판매 초기 단계에서 차단했다.
20일 기아 브라질 법인에 따르면 최근 중국 전기차 제조사 'JMEV'와 이들의 브라질 공식 수입 및 판매를 맡은 'E-모터스(E-Motors)'를 상대로 기아의 등록 상표인 EV2와 EV3 명칭에 대한 무단 사용 금지를 요청하는 공식 성명을 발표했다. 기아는 해당 명칭들이 브라질 산업재산권기구(INPI)에 정식 등록된 독점적 자산임을 강조하며, 상표권 보호를 위해 필요한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강력히 경고했다.
이번 분쟁의 중심에 선 모델은 △프랑스 르노 그룹 △중국 장링 자동차 그룹 △중국농업개발건설기금이 합작 투자해 설립한 JMEV가 생산하고, E-모터스가 브라질 내 독점 판매권을 가진 초저가 전기차다. 수입사 E-모터스는 이달 초 해당 모델들을 브라질 시장에 선보이며 약 6만 9990헤알(약 2000만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을 책정했다. 이는 현재 브라질에서 가장 저렴한 내연기관차인 시트로엥 C3 가격인 약 7만 5000헤알(약 2200만원)보다도 낮은 가격으로, 현지 시장에서 '최저가 전기차' 타이틀을 내걸고 대대적인 예약 판매에 돌입한 상태였다.
기아는 현재 브라질 현지에서 정부 승인 절차를 밟고 있는 기아 EV3의 정식 출시를 앞두고, 판매 초기 단계에서부터 저가형 중국산 모델과 명칭이 혼용되어 브랜드 가치가 희석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즉각적인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글로벌 브랜드의 정체성과 초저가 모델 사이의 이미지 충돌이 발생할 경우, 향후 기아의 프리미엄 전동화 전략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기아의 강경한 태도에 수입사 측은 즉각 수습에 나섰다. 메르시지우 기비시에즈(Mercídio Givisiez) E-모터스 CEO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 JMEV 본사가 타 국가에서 사용하던 모델명을 그대로 가져오는 과정에서 기아가 브라질에 상표를 선점한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며 "기아 측에 상황을 설명하고 즉시 명칭 변경 절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달 말에서 내달 초 도입되는 초도 물량부터는 새로운 이름이 적용될 예정이다.
브라질은 상표권에 대해 '선출원주의'를 엄격하게 적용하는 국가 중 하나다. 기아가 이미 EV 라인업 전체에 대한 권리를 확보하고 있어 법적 분쟁 시 기아의 승소가 확실시되는 상황이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건을 글로벌 완성차 시장에서 전기차 네이밍 체계가 브랜드 경쟁력의 핵심 자산으로 부각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보고 있다. 기아는 현재 국내외에서 주요 EV 시리즈 상표권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며 전동화 풀라인업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만큼, 향후에도 브랜드 지식재산권(IP) 보호를 위해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