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김예지 기자] 스텔란티스가 중국 둥펑자동차와의 파트너십을 전격 재가동하며 유럽과 중국 시장 동시 공략에 나선다. 유럽 내 저활용 공장을 둥펑차에 개방해 가동률을 높이는 한편, 중국 현지에서는 스텔란티스 브랜드의 생산을 둥펑에 맡기는 방식의 교차 생산 카드를 검토하고 있다. 이는 급변하는 전기차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고 유럽 연합(EU)의 중국산 자동차 관세 장벽을 우회하려는 전략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스텔란티스는 최근 둥펑자동차와 유럽 및 중국 내 공동 생산을 포함한 광범위한 파트너십 재개 방안을 논의 중이다. 이번 협의의 핵심은 유럽 내 스텔란티스의 유휴 생산 시설을 둥펑자동차에 제공하는 것이다. 이미 둥펑자동차 관계자들은 독일과 이탈리아 내 주요 공장 부지를 방문해 현장 실사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논의 초기 단계이긴 하지만, 둥펑자동차가 향후 유럽 공장의 지분을 직접 인수하거나 대규모 투자를 단행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스텔란티스가 이처럼 파트너십 카드를 꺼내든 배경에는 복합적인 경영 위기가 자리 잡고 있다. 스텔란티스는 현재 유럽 시장에서 폭스바겐과 BYD 등 내수 및 중국계 브랜드 사이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며 생산 효율성이 떨어진 상태다. 특히 이탈리아 카시노 공장 등 일부 사업장은 생산량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며 공장 운영의 효율성 제고가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둥펑차를 생산 파트너로 검토함으로써 고정비를 절감하고 공장 가동률을 끌어올리겠다는 계산이다.
반면 둥펑자동차 입장에서는 유럽 현지 생산 거점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다. EU가 중국산 전기차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현지 직접 생산을 통해 이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전략이다. 양사의 협력이 성사될 경우 둥펑은 유럽 생산 기지를, 스텔란티스는 중국 내 생산 효율화와 기술 공유라는 실익을 챙기는 모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스텔란티스는 이미 중국 리프모터와 손을 잡고 유럽 전기차 시장 공략에 나선 데 이어, 최근 샤오미와 엑펑 등과도 잇따라 접촉하며 중국 기술 협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안토니오 필로사 스텔란티스 CEO는 다음달 21일로 예정된 자본시장 날(Capital Markets Day) 행사에서 둥펑차와의 협업을 포함한 구체적인 유럽 수익성 개선 방안 및 글로벌 전략을 발표할 예정이다.
한편, 스텔란티스와 둥펑자동차는 지난 1990년대 초 합작 법인을 설립하며 오랜 인연을 이어왔으나 최근 몇 년간 중국 시장 내 점유율 하락으로 관계가 소원해진 바 있다. 이번 협력 논의가 최종 합의에 이를 경우 양사의 동맹 관계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