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김명은 기자] 미국으로 수출되는 한국산 화장품에 15%의 관세가 부과되면서 K-뷰티 업계가 대응 전략을 마련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당초 25%까지 거론되던 관세가 15%로 확정되면서 업계는 "최악은 피했다"며 안도하는 분위기다. 그러면서도 대미 수출 호실적 흐름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발생할 것을 우려하며 수익 방어와 시장 다변화에 집중해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다.
지난 7일(현지시간)부터 발효된 미국의 '트럼프표' 상호관세 정책에 따라 한국산 화장품의 미국 수출 관세율이 15%로 조정됐다. 앞서 지난 4월부터 10% 관세가 적용되기 시작했고, 이후 협상을 통해 5%포인트 오른 15%로 결정된 것이다.
업계는 일단 당초 예정됐던 25%의 관세가 15%로 낮아지고, 경제적 불확실성이 해소된 측면에서는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제에서 무관세(0%)였던 것과 비교하면 상황이 분명 나빠진 만큼 가격 경쟁력과 수익률 방어를 위한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K-팝·K-드라마 등 한류에 힘입어 지난해 한국 화장품의 대미 수출액이 프랑스를 제치고 1위를 기록했을 만큼, 미국 시장은 한국 화장품 산업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관세 부과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하고 시장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이 절실해졌다.
아모레퍼시픽은 현재 원가 부담 확대 여부를 면밀하게 분석 중이며, 미국 현지 유통 업체와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 LG생활건강도 관세 변화에 따른 미국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사업 전략을 세워나갈 예정이다.
한국콜마, 코스맥스 등 주요 제조자개발생산(ODM) 기업들은 이미 미국 현지에 생산 공장을 보유하고 있어 관세 부담을 줄일 수 있을 전망이다. 인디 브랜드와 중소기업은 대기업과 ODM 중심 기업에 비해 자본력과 공급망 대응력이 부족한 만큼 마진 압박에 커질 수 있어 정부 차원의 정책적·외교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화장품 업계는 단기적으로 가격 인상을 자제하고, 중저가 정책을 유지함으로써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관세가 부과되면 당연히 가격을 올려야 할 것 같지만 브랜드 경쟁력과 소비자 반응을 고려해 가격 인상에 신중한 입장이다.
미국 소비자들은 K-뷰티를 저렴하면서도 품질 좋은 제품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K-뷰티의 핵심 경쟁력이 '가성비'인 데다 프랑스, 일본 등 주요 경쟁국 화장품에도 동일한 15% 관세가 적용되는 만큼 당장 가격을 올릴 가능성은 낮다는 설명이다. 가격 인상보다는 물류 효율화, 프로모션 조정, 비용 절감 등으로 대응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장기적으로는 미국 현지 생산을 확대하고, 생산기지를 다변화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또한 기업간거래(B2B) 채널을 늘리고, 유럽과 중동 등 대체 시장 진출에도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15% 관세가 단기적으로는 제한적 영향에 그칠 수 있지만, 브랜드별 대응력 차이에 따라 장기적으로는 시장 재편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인디 브랜드는 타격이 클 수 있는 만큼 현지화 전략과 유통 다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다만, 업계 전반적으로는 시장을 지나치게 비관적으로 보지 않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미국 소비자들은 여전히 한국 화장품의 가성비와 트렌디한 이미지를 높이 평가하고 있고, 소셜미디어(SNS) 등에서 사재기 현상이 관찰될 정도로 한국 화장품의 경쟁력이 입증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향후 원가 부담이 확대되면 가격 인상도 고려할 수 있는 옵션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현재로선 마케팅 부분을 조정해 나가면서 대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