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윤정남 기자] 미국 전기차 시장이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가 섞인 전망이 나왔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 전기차 정책이 후퇴한 것이 그 배경이라는 지적이다.
17일 국제에너지기구(IEA) 발표한 'EV 글로벌 전망 2025'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신차 판매 가운데 전기차(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포함) 비중은 20%에 달했다. 그러나 미국 전기차 판매량은 160만대으로 10% 수준에 머물렀다.
문제는 미국 성장률은 전년 대비 4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블룸버그 "미국은 중국을 따라잡으려는 수준에서 벗어나 전기차 경쟁에서 완전히 이탈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블룸버그NEF는 "미국 전기차 판매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며, 오는 2030년 미국 전기차 판매 전망치는 전체 신차 판매량의 3분의 1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1년 전 전망치인 '50% 초과'에서 오히려 크게 후퇴한 수치다.
IEA 역시 현재 순수 전기차(BEV)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를 합쳐 오는 2030년 미국 판매량의 20%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관측했다.

미국 전기차 시장 전망이 어두운 배경은 트럼프 행정부의 친환경 정책 역행 움직임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IEA는 보고서를 통해 "미국 전기차 정책은 트럼프 대통령의 입맛에 맞는 정책 추진에 급급하다"며 "최대 7500달러 인센티브 폐지, IRA에 포함된 배터리·전기차 제조 관련 세액 공제 무효화 등이 대표적"이라고 지적했다.
주목해야 할 점은 전기차 정책 후퇴로 인해 막대한 IRA 자금 지원 혜택을 받을 예정이었던 상당수 지역이 공화당 지지층이 많은 이른바 '레드 스테이트'라는 것. 보고서는 이러한 정책 변화가 해당 지역의 일자리 창출과 세수 증대 기회를 박탈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IEA는 "미국 전기차 시장 성장 둔화가 글로벌 친환경차 전환 흐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정책 전환과 장기적인 전기차 비전 제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