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정예린 기자] TSMC가 미국에서 대만을 포함한 아시아인과 미국인 직원을 차별하는 '반미(反美)’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TSMC 미국법인 현직 인사 담당자가 소송을 낸 데 이어 전직 근로자들이 힘을 보태며 집단소송으로 비화,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모습이다.
15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북부지방법원에 따르면 사무엘 랭글리(Samuel Langley) 씨를 포함한 전 TSMC 미 애리조나 공장 직원 12명은 지난 8일(현지시간) HR(인사관리)팀 소속 직원인 데보라 하우잉턴(Deborah Howington) 씨가 지난 8월 TSMC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 원고로 합류했다. 근로자 채용 과정과 임직원 근무 환경에서 인종에 따른 차별이 자행됐다고 주장했다.
하우잉턴 씨는 TSMC 본사와 애리조나 공장 등을 포함한 5개 법인을 고소했다. 원고 측은 "동아시아계 인종이 아니거나 대만이나 중국 국적이 아닌 개인에 대한 고용 차별의 고의적 패턴과 관행이 있었다"며 "여기에는 채용, 인력 배치, 승진, 유지·해고 결정에서의 차별이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채용시 중국어 구사 선호 △회의와 업무 자료 종종 중국어로만 작성 △중국어 배울 것을 강요 △중국어를 구사하지 못하는 직원은 승진서 배제△대만 직원만을 위한 건강 센터 설립 △미국 의사 면허가 없는 대만 의사 고용 등을 예시로 들었다. 특히 비밀리에 헤드헌터를 통해 정식 절차를 거치지 않고 아시아계 직원 채용한다고 증언했다.
원고 측은 TSMC의 고용·운영 관행이 미 연방 민권법 제1981조(42 U.S.C. § 1981)는 물론 TSMC가 애리조나 공장 건설을 대가로 확보한 거액의 보조금 '미국 반도체칩과 과학법(반도체법·CHIPS Act)' 규정에도 위반된다고 강조했다. 민권법 제1981조는 인종 차별을 금지하는 법으로, 계약 체결 및 고용 등에서 인종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보장한다.
원고 변호사 중 한 명인 다니엘 코첸은 "작년 기준 TSMC 애리조나 공장 근로자 중 절 반 이상이 대만 비자 소지자로 구성돼 있는데 이는 TSMC가 칩스법의 다양성 공약을 고의로 무시한 것"이라며 "TSMC는 미국 연방 자금으로 60억 달러 이상을 받고 미국 내에서 경쟁하기로 결정했다면 연방 차별법을 준수하고 모든 인종, 국적, 인종을 동등하게 대우하는 것이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TSMC 대변인은 소송에 대한 언급을 거부하면서도 "TSMC는 다양한 인력의 가치를 굳게 믿고 있으며, 성별, 종교, 인종, 국적 또는 정치적 입장에 관계없이 직원을 고용하고 승진시킨다”며 "그 이유는 차이점을 존중하고 평등한 고용 기회가 경쟁력을 강화한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TSMC를 둘러싼 인종 차별 논란에 대해 해명했다.
한편 TSMC는 애리조나주에 총 650억 달러를 투자해 3개 공장을 짓는다. 미국 정부는 지난 4월 칩스법에 따라 TSMC에 보조금 66억달러와 50억달러규모의 저리 대출 등 총 116억 달러에 달하는 자금을 제공키로 했다.
당초 지난 2020년 400억 달러를 투자해 두 곳의 생산공장을 건설한다고 발표했었다. 2021년 6월 착공한 1공장은 내달 완공된다. 1공장은 4~5나노 반도체를 양산할 것으로 알려진다. 2나노 칩을 생산할 예정인 두 번째 공장은 오는 2028년부터 가동할 계획이다. 미 정부가 TSMC에 대한 대규모 보조금을 확정하자 투자 규모를 늘려 2030년까지 3개 공장을 짓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