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정예린 기자] 미국 캘리포니아주가 자동차와 배터리 제조사에 폐배터리 재활용 의무를 부과한다. 전기차 시대 환경 보호에 대한 기업 책임이 가중되며 배터리 재활용 산업 성장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민주당 소속 캘리포니아주 상원의원 벤 엘런과 데이브 민이 발의한 '전기차 구동 배터리의 수명 주기 관리에 관한 법안(Senator Bill 615, 이하 SB 615)'이 지난달 의회 예산위원회 승인을 받았다. 조만간 본회의 안건으로 상정하고, 최종 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다.
SB 615 도입과 관련해 포드와 전미자동차노조(UAW)도 지지 의견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진다. 해당 법안이 주지사의 서명을 받아 입법화되면 법안 시행을 감독하는 규제 기관이 법의 구체적인 이행 방법을 규정해야 한다. △규제 기관 내부 검토 △공청회 개최 △초안 수정 등의 단계를 거쳐 최종안이 확정된다. 이 과정에서 △주요 광물 회수율 △재활용에 활용될 수 있는 기술 등이 추가될 가능성이 있다.
전기차 구동 배터리의 수명 주기 관리에 관한 법안은 전기차 배터리는 수명을 다한 후에 회수·수리·재사용·재생산·재활용되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완성차 업체와 배터리 공급사가 캘리포니아주에서 사용된 배터리를 수거해서 가능한 경우 재사용하거나, 수리·재생산을 통해 재활용을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배터리 공급업체는 차량이 아직 운행 중일 때 배터리를 제거하거나 배터리를 공급업체에 반환할 경우, 해당 배터리가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안전하고 효율적인 방법으로 처리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 유독 물질 관리부(Department of Toxic Substances Control, DTSC)에 배터리 판매·이전·수령에 관한 정보를 보고하고 배터리 수집·수명 종료 관리 비용도 전액 부담해야 한다.
법안은 제품이 생산되는 순간부터 소비자에 의해 사용되고 마지막으로 폐기될 때까지 모든 환경 영향을 생산자가 고려하게 만드는 일명 생산자 책임 재활용 제도(Extended Producer Responsibility, EPR)를 통해 전기차 제조업체가 배터리 재활용을 보장하도록 한다. 자동차 제조사는 전기차를 설계·판매·추적하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배터리를 분해하고 재활용하는 과정을 쉽고 비용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입법화되면 한국 배터리 제조업체와 자동차 제조업체에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SB 615가 명시하는 바에 따라 배터리의 전 생애주기에 걸쳐 재활용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기업들은 미국 내에서 배터리 회수 및 재활용을 위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거나, 이미 존재하는 재활용 프로그램과 협력할 방안을 마련하는 준비가 필요하다"며 "배터리 처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 환경보호청(EPA) 및 캘리포니아주 정부 규정을 미리 검토하고 그에 따라 배터리 재활용 및 폐기 절차를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제품 가격 책정 및 비용 구조에 배터리의 수거 및 재활용과 관련된 비용을 부담을 반영하는 등의 대비도 필요하다"며 "미국 내에서 배터리 재활용 관련 인프라가 활발히 전개되고 있는 만큼 현지 재활용 업체나 환경 단체와의 협력을 통해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효율적인 재활용 방안을 모색하는 방안도 참고할 만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