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정등용 기자] 러시아 최대 티타늄 생산업체인 루스티탄(Rustitan)이 신규 광산 개발에 나섰다. 개발이 본격화 할 경우 글로벌 티타늄 시장 내 러시아의 존재감도 보다 공고해질 전망이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루스티탄은 러시아 주요 티타늄 광산인 피젬스코예(Pizhemskoye) 1단계 개발을 위해 520억 루블(약 7600억원)를 투자할 예정이다.
피젬스코예 광산은 우랄 산맥 서쪽에 위치한 러시아 코미 공화국에 자리하고 있다. 70억t(톤) 이상의 티타늄 광석과 10억t 이상의 석영 사암이 매장돼 있어 세계 최대 규모의 티타늄·석영 원료 매장지로 손 꼽힌다.
루스티탄은 피젬스코예 광산에 티타늄 광석과 석영 모래, 기타 관련 인프라를 처리하기 위한 수직 통합 광업 및 야금 단지를 건설할 계획이다. 1단계 개발에선 연간 13만t의 인공 루틸과 연간 15만t의 합성 울라스토나이트, 연간 8만t의 산화철, 연간 1500t의 지르콘 정광, 연간 100만t의 석영 모래 생산이 이뤄질 전망이다.
2단계 개발 작업은 오는 2026년~2030년으로 계획돼 있다. 투자 예상 금액은 1200억 루블(약 1조7600억원)에 이르며 합성 울라스토나이트 생산이 크게 확대될 예정이다. 연간 100만t 용량의 유리 모래와 연간 14만t의 산화티타늄 안료도 생산될 전망이다.
루스티탄은 지난 2006년부터 프로젝트 개발을 추진해왔다. 프로젝트 실행 자금 조달에는 러시아 국영 투자회사 VEB.RF와 스베르뱅크, 가즈프롬뱅크 등이 참여하고 있다.
안톤 비노그라도프 코미 공화국 부의장은 “이번 프로젝트는 노동 집약적인 사업으로 현재까지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면서 “1단계 개발에 따른 투자금 회수는 6년 정도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피젬스코예 광산 인근에는 러시아 내 또 다른 주요 티타늄 광산인 야레그스코예(Yaregskoye) 티타늄 광산도 자리하고 있다. 러시아 정부 추산에 따르면 두 광산은 러시아 이산화티타늄 매장량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피젬스코예 광산 개발이 본격화 하면 러시아산 티타늄의 글로벌 시장 공급도 보다 활발해질 것으로 예측된다. 서방 국가들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러시아와의 경제적 관계를 끊겠다고 선언했지만, 일부 업체들은 여전히 러시아에서 대량의 티타늄을 구매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워싱턴포스트가 러시아 수출 기록을 검토한 결과를 보면 러시아 내 독점적인 티타늄 생산 업체인 VSMPO-아비스마는 지난 2022년 약 3억7000만 달러(약 4951억원) 상당의 티타늄 1만5000t을 수출했다. 수출 물량의 대다수는 서방 국가로 들어갔으며 독일과 프랑스, 미국, 영국이 수출국 목록 상위권을 차지했다.